모든 게 신비다. 계절이 오가는 것과 바람이 불고 꽃이 피는 것조차도. 아무리 과학적으로 설명을 한다고 해도 신비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내가 당신에게 첫눈에 반한 것도 그리하여 내 삶을 몽땅 당신에게 투자한 것도 역시 신비이기는 마찬가지다. 그토록 신의 존재를 부인하던 친구가 어느 날 갑자기 성직자가 되어 나타난 것도, 얌전하기만 하던 사람이 민주투사가 되어 대중들을 선동하는 것도. 하긴 눈물 한 방울과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 한 송이조차도 알고 보면 설명할 수 없는 신비일 뿐이다. 지금 자박자박 걸어오고 있는 신비한 봄 또한 기억할 것이다. 작년 봄에도 이곳 유당공원에 당신이 마음을 두고 갔다는 것을. 

눈이 내렸던 지난 12일, 유당공원 역시 고즈넉한 모습으로 신비감을 뽐내고 있었다. 그 자체만으로 한 폭의 겨울수채화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혹시 요즘 사는 것이 고달프거나 아니면 지난 과거를 해약하고 새로운 미래를 아름답게 꽃피우고 싶다는 생각이 들거든 유당공원을 한번 거닐어 보라. 그 순간에 마음이 무장해제 되고 충만한 생기가 가슴을 가득 채우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아니, 수 백 년 된 고목나무 밑에서 눈을 감고 잠시만 서 있어도 마음의 위로를 선물로 받게 될 것이다.

다 알고 있다시피 이 공원은 조선 명조(재위 1545∼1576) 때 광양읍성을 쌓고, 멀리 바다에서 보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나무를 심었던 곳에서 시작한다. 지금 성은 없어졌으나 팽나무, 느티나무, 이팝나무 등 당시에 자라던 나무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데, 그 중의 하나가 이팝나무다. 특히 이팝나무는 우리 조상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문화적 자료는 물론, 생물학적 보존가치도 커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나무 나이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광양읍성을 쌓은 후에 심었을 것으로 추정 하고 있다. 

농민들은 이팝나무가 꽃 피는 상태에 따라서 흉년과 풍년을 점쳤다고 한다. 나무 크기에 있어서는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지만 아름다운 자태는  첫째로 손꼽고 있다. 아마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4월쯤에는 이팝나무의 진가를 다시 확인하게 될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