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과 생존 사이에서 고뇌하며 사는 사람이 많다. 먹을 것이 많아지고 입고 쓸 것들이 차고 넘치지만 왠지 행복하지 못한 것이다. 눈만 뜨면 생활 터전이 아닌, 생존의 터전으로 나가야 한다. 경쟁하고 이기지 않으면 생활이 무너지기 때문에 생존하기 위해 더욱 발악을 한다.

그러다 보니 살아서 활동하는 생활은 점점 멀어지고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기적인 모습만 거듭된다. 설령 생존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고 해도 마음은 씁쓸하기만 하다. 삶은 서로를 도울 때 행복과 보람을 안겨주는 데 그렇게 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다시 시집(詩集)으로 향한다. 한 권의 시집은 내 고해 성소이며 안식처다. 거기서 나는 평안을 누리고 고갈된 마음을 재충전 받는다. 사실 알고 보면 우리는 다 시인들이요, 철학자들이다. 시와 철학의 재료들이 눈물과 한숨들이고 보면 이 세상에 그렇게 살지 않는 사람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다들 그렇게 고뇌와 한숨을 쉬며 살아간다. 다만 철학자들처럼 말을 하지 않는 것뿐이고 시인들처럼 언어로 옮기지 못하는 거뿐이다. 

나는 삶이 힘겹고 누군가에게 상처를 받을 때 푸슈킨의 시를 마음의 처방전으로 삼는다. 때론 약간 신파조적으로 들리기는 하지만, 세상에 신파조 아닌 인생이  어디 있겠는가. 

푸슈킨은 이렇게 노래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픈 날엔 참고 견디라/ 즐거운 날이 오고야 말리니/ 마음은 미래를 바라느니/ 현재는 한없이 우울한 것/ 모든 것 하염없이 사라지나/ 지나가 버린 것 그리움되리니/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하거나 서러워하지마라’ 

역시 삶은 짭조름한 눈물과 땀이라는 간이 적당히 배어야  먹을 만하지 않을까.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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