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정치판을 생각하다 보니 순자 왕제(王制)편에 나오는 재주복주(載舟覆舟)라는 고사성어가 떠올랐다. 원문을 보면 이렇다. 水所以載舟(수소이재주)亦所以覆舟(역소이복주). 간단하게 직역하면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기도 한다.”는 뜻이다. 

물의 양면성을 말하는데 물은 민심이고 배는 정치인들을 말한다. 우리는 촛불 집회를 통해 그 사실을 똑똑히 목격했다. 민심은 동사(動詞)와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지 자유롭게 이동을 한다. 다만 배가 그 사실을 모르고 마치 자기가 주인인 것처럼 착각하는데, 그 배를 뒤집는 것은 한 순간이다. 

그래서 지도자들은 항상 물(민심)을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 자기에게 주어진 권력을 잘못 사용할 때는 곤혹을 치를 수밖에 없다. 명심보감에도 이런 구절이 있다. ‘有勢莫使盡(유세막사진)하라. 勢盡寃相逢(세진원상봉)이니라’ “세력이 있다고 함부로 부리지 말라. 세력이 다하면 원통한 이와 서로 만나게 된다”는 뜻인데 특히 정치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항상 가슴에 새겨두고 사표(師表)로 삼아도 됨직한 말이지 싶다. 권력이 이동하는 첫째 원인은 내 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끼리만 이권을 나눠 먹기 때문이다. 아무리 밀실에서 은밀히 속삭인다고 해도 결국에는 다 드러나게 돼 있다. 

지난주에 광양시 출입기자협회 주최로 데일리 리서치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차기 광양시장 적합도에 관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물론 여론조사는 언제든지 바뀔 수는 있다. 그러나 선거를 불과 120여일 앞둔 시점에서 행한 여론조사라 상당히 큰 의미가 있다하겠다. 

차기 광양시장 적합도를 물었는데, 김재무 전 더불어민주당 지역위원장이 현 시장을 2,7% 앞 선 것으로 나타나 민주당에 거는 기대치가 상당히 높음을 알  수 있었다. 다 알다시피 그동안 광양은 이성웅 전 시장 때부터 현 정현복 시장까지 무려 16년간 무소속이 집권해 왔다. 그렇다고 민심을 탓할 것도 못된다. 그동안 민주당이 제대로 하지 못해 벌어진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광양시민들의 민심이 예사롭지 않아 보인다. 

정 시장에 대한 불만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물론 정 시장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민심이다. 언젠가 정 시장이 ‘近者悅 遠者來(근자열 원자래)’ 즉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면, 멀리 있는 사람이 찾아온다“ 는 공자 말을 가끔씩 들먹인 적이 있었는데, 그 의미를 잘못 해석하고 있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기쁘게 하려고 지나치게 많은 특혜를 주게 되면 원성을 사게 되는 법이고 그 원성은 그대로 민심의 파도로 돌변해 배를 뒤집게 되는 것이다. 

아마 이번 설은 정치인들에게 있어서 아주 각별한 설날이 될 것이다. 설은 민심의 동향을 살펴 볼 수 있는 민심 풍향계와 같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지금 광양시민들 대다수는 새로운 정치판을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구태의연한 방법으로는 희망이 없다는 것을 뼛속 깊이 깨달은 결과다. 현 시장이 됐건 차기 시장을 꿈꾸는 사람이 됐건, 귀와 마음을 항상 민심 편에 둬야하는 이유다. 아첨하는 측근의 말보다 쓴 소리를 하는 사람들의 말을 귀담아 듣는 귀를 가질 때 비로소 바른 정치를 실천해 나갈 수 있게 될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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