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물론 모든 사물에는 제 각각 자기만의 그림자가 있게 마련이다. 그림자는 빛이 만들어 낸  또 다른 얼굴이며 작품이다. 빛이 없다면 그림자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그림자 영(影)자가 볕 경(景)자와 터럭 삼(彡)자로 구성됐다는 것이 이를 방증해 주고 있다하겠다.

여기서 말하는 터럭 삼자는 모발이나 장식 무늬를 의미하기도 하는 데 '새긴다'는 뜻은 물론  ‘떨치고 일어난다’는 뜻도 들어 있다. 더러는 터럭을 '털어낸다'는 뜻으로도 해석하는 데 틀린 말은 아니다.

대체로 터럭 삼자가 들어가는 한자로 무늬 채(彩) 삽살개 방(尨) 빛날 빈(彬)등의 한자가 있는데 이를 분석해 보면 그런 사실을 알 수 있다. 특히 막힐 울(鬱)자에도 터럭 삼자가 들어 있는데, 결국 우울증(憂鬱症)이란 빽빽한 생각(憂)을 털어내지 못하고 그림자 속에 매몰되어 간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고로 나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 그림자까지도 사랑한다는 것이요, 상대방을 사랑한다는 것 역시 그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까지도 수용하겠다는 암묵적 동의를 내포하고 있는 셈이다. 심리학에서는 그림자를 '무의식의 콤플렉스'로 정의하기도 하는데 자기 그림자를 인식하는 것이야 말로 성숙한 자기실현의 첫걸음이라고 봤던 것이다. 그렇다. 그림자를 감추려고 갖은 애를 쓰는 사람보다 자연스럽게 인정하는 사람이 성숙한 사람이다. 자기 그림자와 화해할 때 삶 역시 더욱 빛나게 될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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