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에서 벽에 덜렁 한 장 남아 있는 달력을 보니 나도 모르게 긴 한 숨이 새어 나오는 것을 느낀다. 다시 반성하는 마음으로 1년 계획표를 드려다 보니 지키지 못할 계획과 각오들이 빼곡하다. 누가 곁에 있는 것도 아닌데 ‘너 그럴 줄 알았다’는 비아냥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새해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도전할 것이다. 누군가 말처럼 도전하는 한 방황과 시행착오는 계속 되는 법이니까. 어쩌면 이게 우리 인생인지도 모른다. 삶이 계획대로 된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만, 아쉽게도 삶은 수시로 부는 바람과 같아 순간순간 나도 알지 못하는 많은 일들이 벌어진다. 

오죽했으면  '천유불측풍우(天有不測風雨)하고, 인유조석화복(人有朝夕禍福)이니라' 고 했겠는가. “하늘에는 예측할 수 없는 비바람이 있고, 사람에게는 아침저녁으로 화와 복이 있다”는 뜻인데 아마 누구나 동의하게 되지 싶다. 그러므로 과거는 반성하는 수준에서 그쳐야지 지나치게 후회하게 되면 심장만 상하게 할 뿐이다. 아니, 당신만 그렇게 늘 계획이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당신만 그렇게 늘 상처를 받는 것도 아니다. 알고 보면 우리는 다 그렇게 고만고만한 크기의 상처와 아픔과 후회를 안고 살아가는 존재들이다. 

‘월든‘이라는 유명한 책을 썼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말을 기억하는 것도 한 해를 마무리하는 데 약간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 “우리는 이 지상에서 보내는 횟수에 비례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누리는 즐거움에 비례해서 사는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아직 보름 남짓 남은 시간을 보람 있게 보내면 되는 것이다. 흘러간 과거에 새 눈물을 낭비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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