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아내는 종종 바느질을 한다. 버려도 될 해진 옷을 꿰매는 아내 모습은 마치 수도승이 도를 닦는 것처럼 경건해 보인다. 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바느질은 어머니들만의 고유한 일상이었다. 그 때만 해도 깁고 또 기워 입은 옷은 가난을 상징하는 등록상표이기도 했다.

누군가 말하기를 바늘의 길은 안방을 향해 있다고 했다. 그 길에는 아이를 낳고 기르며 끝없이 갈라지는 것, 떨어져 나가는 것, 그 마멸과 단절을 막아내는 결합 의지가 있다고 했다. 

내가 초등학교를 다녔던 70년 대 초만 해도 어머니는 4남매 옷을 꿰매는 게 하나의 일과였다. 어머니는 가난한 가족의 배고픔은 물론 굶주린 정서까지 꿰매는 탁월한 수선공이었다. 자식들이 어긋난 길로 가면 눈물로 수선해 주었고 부족한 부분은 애정으로 또 수선해 주었다. 어쩌면 아내도 그런 맘으로 옷을 깁는 것인지도 모른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렇게 바느질을 한다면 조금 의아해 하는 사람들이 있겠지만, 아내는 웬만한 것들은 세탁소에 맡기지 않고 직접한다. 

안타까운 점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시력이 좋아 안경 없이도 바느질을 척척 하곤 했는데 요즘은 노안 때문에 돋보기를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를 탓하랴. 세월을 탓할 수밖에... 거실에서 가을 햇살을 등에 지고 홀로 바느질 하는 아내 모습을 보니 지난날의 아픔들이 모두 봉합되는 것을 느낀다. 아내는 지금 단순히 옷만 수선하는 것이 아니라, 상처 나고 어긋난 세월을 하나하나 봉합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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