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속담에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는 말이 있다. 이 말을 살짝 비틀어 보면 불경기는 소상공인들의 마음을 잠식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불경기라는 말을 하도 자주 들어서 그런지 체감효과가 상당히 많이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방송매체는 물론 기업들도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한다며 위기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광양시에서 활동하고 있는 소상공인들 역시 경기(景氣)가 좋지 않아 죽을 맛이라고 한다. 하긴 언제쯤 모든 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경기가 좋아질지는 아무도 모르겠지만 힘든 것은 기정사실이다. 

특히 구도심은 비어가는 점포가 점점 늘어가고 있다. 유동인구가 없다 보니 장사가 안 되고 장사가 안 되다 보니 점포가 비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광양시도 나름대로 대책을 강구 한다고는 하지만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다 인구까지 조금씩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이만저만 고민이 아니다. 그렇다고 푸념만 하고 있을 수는 없는 일,  그럴수록 희망을 이야기하고 또 희망을 만들어 가는 게 중요하다. 언제는 경기가 좋다고 우리 등을 한 번이라고 다독거려 준 적이 있기나 했던가. 

우리는 희망 보다는 습관적인 불평에 지나치게 많이 속아왔다. 이번 추석만큼은 불평보다 희망을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시장에서 열심히 땀 흘리며 살아가는  상인들 이야기를 들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살아와서 그런지 그들이 토해 내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가슴에 꽂혔다. 경험이 깊이 배어 있는 그들의 말은 그 자체로 한편의 잠언(箴言)이었다.

그러잖아도 일주일 후면 또 추석이다. 호주머니 사정이 좋지 않은 사람은 명절이 부담으로 와 닿겠지만,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것은 산자들의 특권이다. 그렇다. 내일을 꿈꿀 수 있는 희망이 있어 행복하고, 내 일을 할 수 있는 오늘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말,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보편적인 진리다. 이 보편적인 진리조차 누리지 못하는 사람은 특별한 진리가 주어진다 해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할 것이다. 

광양5일 시장에서 평생 장사를 해온 김순자(뽕구전집)씨는 이런 말을 들려주었다. “아따 장사야 예전만 못하지만 그런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지 않겄소? 아니, 일을 할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겄소. 그리고 요즘 젊을 사람들, 걸핏하면 힘들다고 푸념하는데, 밥을 굶어보고 고생을 해 보면 그런 소리 못할거요."  희망의 말 한마디 부탁했다. 그러자 “너무 욕심 부리지 말고 자기 일에 감사허고 묵묵히 살다 보면 좋은 일도 있게 마련잉깨, 제발 마음들 굳게 먹고 살았으면 좋겄소. 그라고 우리 광양5일시장 모든 상인들이 대박 났으면 좋겄소. 하하하” 

중마동 시장에서 20년간 장사를 해오고 있다는 김상순(육일반찬)씨 역시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그녀 역시 평생 장사를 하면서 자식들을 다 키웠다고 했다. “30여 년 전에는 정말 살기 힘들었지. 밤낮으로 일을 해도 목구멍에 풀치하기조차 어려웠어. 그래서 겨울에는 고구마로 한 끼 때우기도 했지. 그런데 지금은 어뗘? 정말 살기 좋잖아. 사람이 너무 우에만 쳐다보면 안 되는 겨. 아래도 볼 줄 알아야제. 아래를 보면 왜 그리 불쌍한 사람들이 많은지. 그라고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반드시 복을 받는 법이여. 그랑깨 모두 용기를 가지고 열심히 살았으면 좋겠어.” 가난이 자랑은 아니지만, 3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는 정말 가난했다. 그러나 각박하게 살지는 않았다. 이웃과 정을 나누며 아픔을 함께 나누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당시보다 1인당 국민 소득이 훨씬 높아졌지만 삶의 질은 더 낮아지고 있는 기이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광영 상설시장에서 건강원을 운영하고 있는 이평화(종합건강원)씨는  “아무리 돈이 좋다고 해도 사람이 정이 없으면 모래처럼 퍽퍽해서 못살지요. 어렵고 힘들수록 서로 마음을 나누고 살면 조금 부족해도 오히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겁니다. 저도 올 추석은 쉬는 날이 많아 가족들과 좀 더 많은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마음먹고 있습니다. 자고로 가족이 화목하고 이녁 몸 건강한 게 최고 행복 아니겠어요?” 비록 세 사람 목소리만 들었지만, 이들 목소리가 곧 보통 사람들의 마음이라 생각한다. 올 추석 선물에는 희망도 함께 담아 선물하도록 하자. 한 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리게 마련. 다만  닫혀 진 문에만 시선을 고정하기 때문에 열려 있는 희망의 문을 보지 못하는 것뿐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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