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금기시 하거나 꺼리는 게 있게 마련이다. 그래서 새 차를 구입하고 고사를 지내는 것도 교통사고가 나지 않기를 비는 마음의 염원이며 중요한 시험을 볼 땐 미역국을 먹지 않는 것도 다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금기(禁忌)는 사회적으로 전승되어 내려오면서 사람들 마음에 속신(俗信)으로 깊이 뿌리를 내렸다. 금기가 이처럼 끈질기게 전승되는 이유는 앞날을 알 수 없는 인간들의 불안 때문이다.

요즘도 더러 해산한 후 금줄을 쳐 사람의 출입을 막는 것이나, 잡귀가 들어오지 못하게 대문 위에 가시나무나 엄나무를 달아놓는 것도 마찬가지다. 또 넉 '사'(四)가 죽을 '사'(死)와 음이 같다고 하여 건물에 4층 표시를 하지 않는 것도 다 금기의 속신을 믿기 때문이다. 비록 미신이라며 치부하는 사람도 막상 본인에게 그런 일이 닥치면 자기도 모르게 받아들이는 게 금기의 힘이다. ‘꺼릴 기(忌)’ 자에 이미 그런 의미가 내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음(心)이 원하지 않는 일을 할 때, 몸(己)도 따르고 싶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는 글자다. 결국 금기는 불안을 최대한 없애고 싶어 하는 인간의 심리적 작용이 만들어낸 일종의 정신적인 자기 처방전의 하나임을 알 수 있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 한 것은, 불안에서 해방되기 위해 금기를 만들었는데 결국 그 금기가 인간의 마음을 서서히 장악, 스스로 믿도록 만든다는 것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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