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방언 보끈[단단히]
언어가 의식을 규정한다는 말은 보편적인 진리다. 사람은 언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의사를 전달하고 삶을 영위해 나간다. 특히 어렸을 때 들은 말은 그 사람의 성격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함부로 말을 해서 안 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계속 부정적인 소리 말에 노출되면  아이의 인품도 바르게 자라지 못하게 되는 것은 물론, 성인이 되어서도 삐딱하게 말하거나 사사건건 물고 늘어지기도 한다.
 

젊은 세대들은 잘 쓰지 않지만 어르신들이 지금도 즐겨 쓰는 광양 사투리 가운데 ‘보끈’이라는 사투리가 있다. 필자가 어렸을 때만 해도 아주 흔하게 들었던 말 중의 하나였다. 이 말은 ‘단단히’ 라는 뜻인데, 요즘도 시장에 가면 어르신들이 물건을 사서 줄로 묶을 때“ 아따 이 물건은 멀리 갈 짐잉깨로 설렁설렁 짬매지 말고 보끈 뭉끄시오” 라고 말하기도 한다. 물론 젊은 사람들은 그 말을 한참 해석해야 하지만 어르신들은 금방 알아듣는다.
 

살다 보면 어디 짐만 보끈(단단히) 묶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마음도 보끈 묶어야 할 때가 있다. 마음은 보이지 않지만 사람의 내면에서 성품(性) 감정(情)·의사(意)·의지(志)를 관할하는 중심 센터역할을 한다. 마음은 지각하고 사유하고 추론하고 판단하며 자신을 통제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욱더 보끈 묶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던 것이다. 당신이 ‘괴롭다’ ‘슬프다’ 하는 감정도 알고 보면 마음의 작용에 다름 아니다. 오죽했으면 破山中賊易(파산중적이)나  破心中賊難(파심중적난)이라고 했겠는가. 산 속의 도적을 깨뜨리기는 쉬우나, 마음속의 도적을 깨뜨리기 어렵다는 뜻인데 귀담아 들어 둘만 하지 싶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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