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가이내[계집아이]라는 방언이 나가자, 왜 머스마[남자아이]들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느냐는 항의성 비슷한 전화를 받았다. 그래서 이번 주는 남자아이를 뜻하는 머스마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다 알다시피 머스마는 ‘머슴‘이 줄어든 말에 다름 아니다. 그런데 왜 ’머슴‘이냐고 굳이 따져 묻는 다면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왜냐하면 언어의 특성 중에 자의성(恣意性)이라는 게 있는데 한 마디로 말해 ’어떤 소리와 그 소리가 나타내는 개념 사이의 관계가 필연적이 아니라 우연적‘이라는 것이다. 그 외에도  기호성, 사회성, 역사성, 규칙성, 창조성, 분절성 등이 있다. 그래서 그 시대 언어를 분석해 보면 그 시대 사람들의 성향을 파악할 수 있다고 했던 것이다. 특히 신조어는 동시대 사람들의 정신 문화를 보여주는 좋은 예 중의 하나다.
 

요즘은 비록 머슴이라는 말을 잘 쓰지 않고 있지만, 노동자 또는 근로자라는 그럴싸한 말로 포장된 채 여전히 사내들은 ’머슴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다. 아니, 정년 전까진 누구나 머슴으로서 한 생을 살다가는 데, 이를 나이로 정리해 보면 이렇다.
 

20~30대는 ‘슈퍼맨’이다. 뭐든지 다 할 것 같은 자신감이 가슴에 가득 차 있는 때다. 하긴 이 나이에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하다. 그리고 40~50대는 ‘술퍼맨’이 된다. 흐린 주점에 앉아 외롭게 술을 마시며 흘러간 과거를 안주삼아 회한에 젖는다. 그러다 60~70대가 되면 ‘슬퍼맨’으로 접어든다. 신체적 기능도 많이 퇴화해 자기도 모르게 슬퍼지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게 머슴들이 겪는 보편적인 진화과정이다.
 

그러므로 나 혼자만 겪는 것처럼 너무 상심해 할 것 없다. 누구나 이런 퇴화과정을 거치게 되니까 말이다.  머슴이라는 말을 지금도 지역에 따라,  멀마, 멀매, 머스마 등으로 불러지며 다양하게 쓰이고 있다. 오늘도 직장과 가정에서 ‘머슴’으로 열심히 살아가는 당신에게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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