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짐승과 다른 점 하나는 부끄러움을 느낄 줄 안다는 데 있다. 그래서 성리학의 대가였던 주희도 조물주가 우리 몸에 기본적인 프로그램을 깔아 놨는데 4단(四端)이 바로 그렇다고 했다.

사단은 인간을 바르게(端) 하는 4가지 기본 정서를 말한다. 그 중에 하나가 수오지심(羞惡之心)이다. 말 그대로  자기의 옳지 못함을 부끄러워하고, 남의 옳지 못함을 미워하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이 없다면 사회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갈수록 나도 모르게 수오지심이 엷어지는 것을 느낀다. 마음이 많이 흐려졌다는 의미다.
 

부끄러움을 느끼려면 마음이 먼저 맑아야 한다. 마음을 맑게 하는 특별한 비법은 없지만, 어떻게 하면 타인의 아픔과 연대할 것인지, 어떻게 하면 인간답게 사는 것인지를 순간순간 질문하는 것밖에 도리가 없지 싶다. 귀에 들리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을 액면 그대로 믿어도 안 된다. ‘부끄러워 할 치(恥)’ 자를 보면 듣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가 알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귀(耳)보다 마음(心)의 귀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마음이 닦여 있지 않으면 제대로 들을 수 없고 제대로 들을 수 없을 때, 부끄러운 짓을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적어도 후안무치(厚顔無恥)는 되지 않아야 하지 않겠는가.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