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보살좌상은 2000년 12월 13일 전라남도문화재자료 제211호로 지정되었다. 우리나라 옛날 유물이 그렇듯이 대부분 사찰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불암산(佛巖山)의 북동쪽 경사면에 자리잡고 있는 무등암(無等庵)은 하동 쌍계사의 말사로, 1959년에 건립되었다. 불암산을 넘으면 백제시대의 산성인 광양 불암산성(전남기념물 177)이 있고, 암자 바로 아래로는 섬진강이 흐르고 있다.
 

대세지보살상은 크기가 작은 좌상인데, 무등암의 본존불 옆에 봉안되어 있다. 1999년 조사한 복장물(腹藏物)에서는 1678년(숙종 4)에 차사금(車泗今) 등 58명의 시주로 지리산 소은난야(小隱蘭若)라는 암자에 봉안할 아미타불의 협시불로 조성하였다는 발원문과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전신사리보치진언문(全身舍利寶齒眞言文), 청동으로 만든 후령통(喉鈴筒) 등이 발견되었다. 전라남도 지방의 대세지보살 좌상에서 복장물이 발견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보살상은 오른쪽 다리를 왼쪽 다리 위에 걸친 항마좌(降魔坐)로 앉아 있고, 법의가 대좌를 덮고 있는 상현좌(裳懸座) 형식이다. 머리에는 둥근 화문이 있는 화려한 보관을 쓰고 있다. 얼굴은 사각형에 가깝고, 보발이 어깨까지 내려와 있다. 이마에는 수정을 넣은 백호가 있고, 눈과 입은 일자형이며, 코는 다소 큰 편이다. 목에는 삼도(三道)가 표현되어 있다. 크기는 전체높이 62㎝, 불신높이 54㎝, 어깨너비 23㎝, 무릎너비 33㎝, 대좌높이 8~10㎝이다.
 

법의는 통견의로 양어깨에서 일직선으로 흘러내려 복부 아래에서 U자형을 이룬다. 군의(裙衣:허리에서부터 아래까지 덮는 긴치마) 상단은 띠매듭이 없는 일자형이며, 양쪽 발목과 무릎에서 흘러내린 법의 자락은 대좌 아래까지 흘러내렸다. 왼쪽 손에는 S자형의 손잡이가 있는 보병(길이 6.8㎝)을 들고 있고 오른쪽 손은 엄지와 중지를 대고 있는 미타정인(彌陀定印)이다. 이러한 형식의 보살상은 전라남도 지방뿐 아니라 국내에서도 드문 예로 중요한 가치가 있으며 현재 무등암에서 소유 및 관리하고 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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