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언어를 사용해 사회집단 구성원과 문화에 대한 참여자로서 의사전달을 한다. 하이데거 같은 철학자가 ‘언어를 존재의 집’이라고 정의내렸던 이유다. 고로 어떤 집단의 특수한 언어를 추적해 가면 그 집단의 성격을 어느 정도 유추해낼 수 있다.

언어는 개인은 물론 집단의 정신문화를 비춰주는 거울과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어가 바뀌면 생각이 바뀌고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고 했던 것이다. 심지어 비트겐슈타인은 “내 언어의 한계가 곧 내 의식의 한계”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은 종합해 보면 언어야 말로 우리 삶을 지탱하는 근간임을 알 수 있다. 특히 방언을 추적해 가면 그 속에서 흘러간 정서를 읽어낼 수도 있다. ‘계집아이’를 뜻하는 ‘가이내’라는 광양방언도 마찬가지다. (태인동과 망덕은 주로 ‘가시내‘라고 함) 그래서 지금도 초등학교 여자 동창들을 만나면 “오메, 가이내야, 그동안 잘 살았냐” 라며 반갑게 인사하곤 한다.

물론 가이내라는 말은 계집아이를 속되게 이르는 말이라고 하지만, 계집이라는 말 역시 그렇게 좋은 뜻만은 아니다. 옛날의 관점에서 보면 여자는 집에서 집안일을 하고 밖에서 제기되는 일은 다 남자가 했다. 남자를<바깥사람>이라고도 불렀던 이유다. 

<계집>이란 말은 바로 이에 대칭하여 나온 말인데 집에 있는 사람, 집안일을 하는 사람이라는 뜻에 다름 아니다. <계집>의 <계>는 <계시다>의 <계>로서 그것은 <있다>를 높여 이르는 말이지만 옛날에는  단순히 <있다>의 뜻으로 사용됐다. “다 큰 가이내들이 야심헌 밤에 어딜 그리 싸댕기냐“라는 어른들의 지청구와 ”니놈 꼬라지나 채리 보고 가이내들 꼬시로 댕기냐” 등은 지금도 시골에 가면 종종 들을 수 있다.

하긴 요즘도 가끔씩은 그 많던 가이내들이 지금은 다 어디서 뭐하고 사는지 궁금해질 때가 있다. 고무줄을 끊고 달아날 때마다 양쪽 손에는 검은 고무신을 눈에는 쌍심지를 켜고 쫓아 오던 순진무구한 그 가이내들이 보고픈 수요일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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