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 전, 집 앞에  동네 서점이 하나 생겼지만 거의 찾지 못하고 있다. 이유야 여러 가지겠지만 가장 주된 이유는 빈손으로 나오기가 미안해서다. 언젠가 한 번 들렸더니 주인이 아는 척을 하길래 약간 당황한 적이 있다. 특히 손님이 나 혼자뿐일 때는 어떻게 하든 책을 한권이라도 사서 나와야 한다는 부담감이 배로 상승한다. 물론 원하는 책이 있다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을 땐 여간 난처한 게 아니다.

사람마다 여가를 보내는 방법이 다 다를 텐데, 나는 서점을 순례 하는 것을 소박한 낙으로 삼고 있다. 서점에만 가면 이상하게 엔돌핀이 상승하는 것을 느낀다. 이런저런 신간서적들을 눈요기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금방 부자가 된 기분이다.

사람마다 욕망하는 것이 모두 다르겠지만, 책(서점)은 내 욕망을 추동(推動)케 하는 힘을 제공해 준다. 다만 요즘 들어 이해하기 어려운 게 한 가지 있는데,  바로 한국을 휩쓸고 다니는 인문학 열풍, 아니 광풍이 바로 그렇다. 어떻게 자기 손으로 책한 권 사지도 않고 또 규칙적으로 책을 읽지도 않는데 인문학을 그처럼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인문학은 동네서점을 찾아 자기 손으로 자기 눈높이에 맞는 책을 찾아 읽는 데서부터 시작된다는 게 나의 소박한 지론이다. 그런 뜻에서 볼 때 동네서점이야 말로 인문학의 출발점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번 주말에는 동네 서점에 한 번 들러야겠다. 만약 내가 찾는 책이 없다면 주문을 해달라고 부탁할 생각이다. 나무 한그루가 부지불식간에 주변 환경을 일정부분 정화시키듯이 동네서점 역시 우리정신을 정화시키는 필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는 셈이다. 당신도 한번쯤은 동네서점에 눈길을 줘야 하는 이유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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