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룡계곡에서 독서로 휴식을 취하고 있는 피서객

독서로 마음을 충전하라

진정한 휴가는 몸을 쉬게 하는 것보다도 마음을 쉬게 하는 것이 우선이다. 맘을 비움과 동시에 가치 있는 것들로 다시 채울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책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사람은 물질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존재다. 아무리 막 살아가는 사람도 짬짬이 철학적인 생각에 빠질 때도 있는 법이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정신이라는 또 하나의 세계를 살아야 하기에 정신을 배양하고 건강하게 하는 것 역시 필수요소다.

솔직히 휴가철에 독서를 권하면 짜증부터 낼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하면 독서처럼 값지고 수지맞는 피서도 없지 싶다. 그런 의미에서 피서(避暑 )는 피서(避書)라 불러도 무방할 것이다. 사람들은 독서라는 정신의 삼투압현상을 통해 다시 되살아나게 되는데 이게  소위 말하는 창조적인 휴식이다. 그렇지 않고 그저 몸만 눕힌다고 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단언 하건데 좋은 책 한권이 스트레스로 인해 무너진 마음의 균형을 확실하게 잡아줄 것이다.

혹시 바쁘다는 핑계로 책 읽을 시간이 없었다고 변명하면서 보냈다면 이번 휴가 때 배낭에 책 몇 권 넣어 가는 것은 어떨까. 물론, 다 읽지 않아도 된다. 그냥 제목만 봐도 되고 읽고 싶은 부분만 읽어도 된다. 중요한 것은 책을 가지고 간다는 그 자체다. 그래서 기자는 고민 하면서 휴가철에 읽었으면 하는 몇 가지 책을 선정해봤다. 

사랑과 연애의 달인 호모에로스
고전평론가 고미숙씨가 쓴 유쾌한 책이다. ‘내 몸을 바꾸는 에로스혁명’ 이라는 부제가 붙었다. 에로스 하면 야릇한(?) 상상이 떠오르는 사람일수록 이 책을 꼭 한번 읽어볼 가치가 있다. 세상의 모든 책이 그 나름 읽을 만하기는 하지만 몸에 대해 사랑에 대해 전혀 아는 봐 없는 대한민국 남성들은 더욱더 읽기를 권한다.

책 한권 읽는다고 뭐가 크게 달라지겠는가라며 시큰둥해 하는 사람 역시 반드시 읽어야할 책이다. 아마 혼자 킥킥거리며 웃기도 하겠지만 가슴 찡한 뭔가가 목울대를 넘나드는 것을 경험하게도 될 것이다. 아, 너무 사족을 달면 오히려 약장사 같으니 이만하고, 일단 읽어 보기 바란다. 후회는 하지 않을 터이니.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정여울이 쓰고 이승원이 사진을 찍었다. 독서 좀 한다는 사람은 정여울의 책 한 두권쯤 아니면 한겨레신문을 꾸준히 구독했다면 정여울이 쓴 독서평전 한두꼭지 정도는 읽어 봤을 것이다. 물론 이 책에 거창한 것은 하나도 없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고 경험하게 되는 일상의 일을 이야기하고 있을 뿐이다. 습관, 직업, 우연, 이기심, 순간, 후회 등을 어성 특유의 세밀한 감성으로 독자의 마음을 짚어낸다.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은 역시 느닷없는 위로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데 있다. 마치 오래된 친구와 마주 앉아 커피를 마시면서 수다를 주고받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여름휴가 때 권하는 이유다.

여덟단어 

한 때 워낙 베스트셀러로 인기를 날렸던 책인지라, 한번쯤 들었거나 또는 읽었거나 했지 싶다. 인생의 해답을 찾기 위해 방황하거나 지금도 방황하고 있다면 이 책이 안성맞춤이다. 저자는 말한다. 인생의 정답을 찾지 말라고. 정답을 만들어 가라고. 내일도 꿈꾸지 말란다. 충실한 오늘이 곧 내일이기 때문이다. 남도 부러워하지 말라고 한다.

멘토도 맹신하지 말고 심지어 자기 책의 모든 내용을 단지 하나의 의견으로 받아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기 마음속의 재판관과 상의하며 자기만의 인생을 또박또박 걸어가라고 한다. 자기라는 유기체에 대한 존중을 절대 잃어서 안 된다고 부추긴다. 이 책을 읽고 나면 그동안 상실했던 자존감이 자기도 모르게 회복되는 것을 감지하게 될 것이다. 힘이 있으면서도 부드럽고 부드러우면서도 힘을 가지고 있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그림읽어주는 여자
이 책은 출판 된 지 약간 오래되긴 했어도, 여전히 읽을 가치가 충분하다. 그림에 젬병이라 싫다고? 그런 편견을 미리 가질 필요는 없다. 그냥 아무 곳이나 펼쳐서 읽어도 된다. 김홍도가 그렸다는 일종의 포르노그파로 불리는 춘화(春畵圖)도 실려 있다. 더러는 김홍도가 정말 이런 포르노그림을 그렸을까? 하는 의문을 가져보는 것도 재밌다.

더러 익숙한 그림도 많고 알만한 화가도 많이 등장한다. 그러나 그림의 한계를 글로 표현하는 그 솜씨 또한 절묘해서 일석이조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 아니, 무더운 여름, 그림을 읽어주는 여자가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설렐 것이다. 참, 지난 5월 낙서그림 한 점이 1270억에 거래된 바스키아의 낙서 그림을 보면 예술의 가치를 돈으로 매기는 것에 격한 회의감을 품기도 할 것이다. 십중팔구 ‘이런 그림이 어떻게...’그렇다. 이 책은 혼자서 온갖 상상과 의문을 던지면서 읽기에 아주 안성맞춤이다. 그래도 무료하다면 이들 화가의 그림을 핸드폰으로 따라 그려 볼 수도 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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