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년을 함께 살았던 80대 老교수님이 먼저 떠난 아내를 그리워하며 쓴 [아내에게 보낸  편지]라는 책을 읽었다. 그는 아는 지인을 통해 내게 그 책을 보내왔다.  저 세상으로 먼저 간 아내를 그리워하며 쓴 100통의 편지를 묶은 것이었다. 모든 편지마다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하게 묻어났다.

나는 젊었을 때부터 그분의 책을 좋아해 즐겨 읽었지만 이번 책은 이성이 아닌 가슴으로 쓴 글이라 읽는 내내 가슴이 뭉클했다. 그는 아내를 대모신(大母神)으로 받들어 모시고 그 신단에 아침저녁으로 큰 절을 올리고 있다. 그가 이렇게 편지를 쓴 것은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다. 편지를 쓰는 동안에는 아내와 함께 있다는 그 행복감 때문이다. 

서문에 이렇게 아름다운 문장이 기록돼 있다. “나는 [아내에게 보낸 편지]를 ‘기록’으로 남기지 않고, ‘바람’에 남기려고 한다. 본디 역사는 ‘기록’으로 남기지 않고, ‘바람’에 남기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가 바람에 남기고자 한 것은 ’자연‘에 남기고자 함이었다. 그가 이처럼 바람에 남긴다는 것을 강조 한 것은  세상 어느 곳에서나 머무는 바람처럼 수시로 아내의 체취(體臭)를 맡고자 함일 것이다.

63년을 함께 해로(偕老)하며 이 땅에서 살았는데도 떠난 아내를 이렇게까지 그리워하다니, 도대체 그런 사랑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게 더 궁금해졌다. 그는 이렇게 고백하면서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맺고 있다. “여보! 당신을 얻어서 세상을 다 얻었다는 사실을, 당신을 잃고서야 비로소 알게 됐구려.” 이글을 마치고 교수님께 전화를 드렸더니, “보고싶소, 보고싶소” 하는 목소리가 또 한 번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이번 주에 꼭 한번 찾아 봬야겠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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