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잠깐 캘리그라피를 배웠다.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제법 전문가(?)다운 티가 나는 것을 보고 내심 놀랐다. 원래 글씨를 잘 쓰는 편에 속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붓으로 하는 캘리그라피는 펜으로 쓰는 글씨와 다른지라 힘들 것으로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다. 그러고 보니 요즘 캘리그라피에 대한 교육이 부쩍 많아진 것을 느낀다. 웬만한 교육기기관은 다 캘리 과목이 들어 있다. 

여기서 부끄러운 고백 하나 해야겠다. 나도 학교 다닐 때는 제법 글씨를 잘 쓰는 축에 속했다. 그런데 공부깨나 좀 한다는 친구들 글씨가 대부분 악필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일부러 글씨를 험하게 쓰려고 한 적도 있었다. 천재는 악필이라는 근거 없는 속담이 기를 죽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글씨 쓰는 것이 마음을 닦은 수행법의 하나였다는 것을 알고는 글씨를 올바르게 쓰기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옛날 우리 선비들은 신언서판(身言書判)을 강조했다. 신언서판은 선비가 지녀야 할 네 가지 미덕을 말하는데  원래 당(唐)나라 때 관리를 선발하던 기준의 하나였다고 한다. 그 중에 글씨가 들어 있다 하니, 자부심이 느껴진다. 요즘은 글씨체를 보고 그 사람의 성격을 감정하기도 한다.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름대로 일리는 있어 보인다.

예를 들어 글씨를 아주 작게 쓰는 사람은 소심한 측에 속하고 글씨를 크게 쓰는 사람은 관심을 받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물 흐르듯이 쓰는 사람은 여행을 좋아하는 방랑객 기질이 있고, 규격에 맞게 쓰는 사람은 고정관념이 강한 사람이라고 한다. 글씨가 마음의 지문이라는 좋은 증거다. 하긴 요즘은 대부분 자판기로 글씨를 치(쓰)는지라 변별력이 없겠지만, 가끔씩은 종이에 손 글씨를 써보는 것도 정서에 작은 도움을 주지 싶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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