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테가 부러져 수리를 맡겼다. 똑같은 테가 없어 수리 하는데 며칠 걸린다  고 하길래 할 수 없이  불편을 감수하고 예전에 쓰던 안경을 다시 착용했다. 처음에는 도수가 낮아 물체가 약간 흐릿하게 보이더니, 시간이 지나자 거짓말처럼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떤 원리인지 과학적으로 설명할 능력은 없지만, 우리 몸은 자신의 생존에 유리한 쪽으로 진화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이와 동시에 요즘 진행되고 있는 인사청문회가 안경을 교체하는 것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쪽으로 생각을 확장해 보았다. 좀 더 안목이 뛰어난 인재를 선택하기 위해 하는 것이 인사청문회의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상 외로  난항을 겪고 있다. 전혀 하자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던 후보자도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하자가 발생했던 것이다. 하긴, 어떻게 한 사람이 모든 조건을 다 갖출 수 있겠는가만, 그래도 고위공직자에게 거는 기대치가 높게 마련이다. 

논어에 무구비어일인(無求備於一人)이라는 문장이 나온다. “한 사람이 모든 재능을 다 갖추기를 기대하지 말라” 라는 뜻인데, 그게 말처럼 쉽게 받아들여질지가 의문이다. 그런데 말이다, 진짜 웃긴 것은  후보자를 검증하겠다고 나선 국회의원들 대부분이 하자(瑕疵) 덩어리라는 점이다. 오죽했으면 국민들이 “강도가 좀도둑 나무라는  꼴”이라며 조롱을 퍼붓겠는가. 이래저래 씁쓸하기는 마찬가지지만, 수리된 안경을 다시 바꿔 쓰고 나니 선명해서 참 좋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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