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열기 후끈
지난 21~22일 이틀간 광양공설운동장에서 열렸던 ‘전남과학축전’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였다. 금요일 날 시작한 개막식에는 무려 1만여명이 몰려 과학축전의 열기를 실감하게 했다. 아이들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묻기도 했고 또 직접 실험을 하는 등 몸으로 체험하기도 했다. 그런데 안타까운 점은 입시라는 제도권 교육 때문에 아이들이 과학을 실험하고 연구할 수 있는 마당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기초 과학조차 선진국 아이들에 비해 많이 뒤떨어지는 게 현재 한국 과학교육의 현실이다. 전문가들이 주장하기를 과학이야 말로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누차 강조하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기만 하다. 하지만 전라남도와 전남교육청은 이런 문제를 조금이라고 해결하기 위해 해마다 과학축전을 개최해 오고 있다. 

과학자의 꿈을 키워주는 모판
이번 축전은 개막식에서 드론 시연과 함께 하늘로 솟아오른 물 로켓의 향연을 시작으로 직접 만들고 몸으로 체험하는 활동 위주의 프로그램들로 구성돼 아이들은 물론 축제 참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과학 재능기부 나눔 차원에서 가족 단위로 운영하는 부스와 특별 초대된 전남 행복교육 시민모임 광양지회 회원들이 함께 참여해 소통과 나눔의 축제가 됐다. 전남과학축전은 도교육청 소속 초·중등 과학관련 교원들로 구성된 교과연구회들이 동참해 전남의 지역적 특성을 살리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역의 대학, 관련 기관들과 함께 개발하고 다른 지역의 과학교사연구회원들과 공유하며 친환경적 자연과 예술·문화가 접목된 융합적 체험 프로그램으로 매년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은 과학자의 꿈을 키워가게 될 것이다.  

미래 먹거리 과학에 달려
현재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를 넘어 선진국의 문턱에 도달해 있으나 세계 경제력 2, 3위인 중국과 일본의 사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게다가 인도 브라질 등 신흥 강국의 부상, 세계 경제의 불황 등으로 선진국으로 진입하려는 미래가 불투명한 상태이다. 여기에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서의 불안정성, 이공계 기피 현상과 복지 문제, 노령화의 가속 등이 더해져 한국의 미래가 밝지만은 않다. 한 국가의 장래는 그 국가가 가진 과학기술 경쟁력에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한국은 현재 세계 최고의 휴대전화를 만들고 있지만 상당한 기술료를 컬콤사에 지급하고 있다.

중요도가 점점 높아져 가고 있는 항공우주분야의 기술은 많이 발전했다고는 하나 아직 선진국에 비해 많이 뒤져 있다. 우리가 만든 인공위성을 우리의 로켓으로 지구궤도에 올리지 못해 러시아의 1단 발사체를 사와서 발사하려다 두 번의 실패를 경험했다. 또한 한국이 반도체 분야에서는 최고라고 하지만 생산하는 설비와 장비는 대부분 외국 제품이고 대학이나 연구소의 첨단 실험장비들도 마찬가지이다. 이것은 한국이 가진 기초원천기술이 절대적으로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데 기인한다. 많이 향상되었다고는 하나 아직도 기술료 수지면에서 절대적으로 적자인 현실이다.

경제발전, 과학기술이 한몫

한국은 1960년대에는 세계에서 최빈국 수준이었고 1970년대 중반까지 북한보다도 못살았지만 이후 1990년대 초까지 연평균 9%의 경제 성장을 이루어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우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성장을 이루었다. 이런 성장 배경에는 평균 12%의 성장으로 경제성장을 끌고 간 제조업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정부의 과학기술 우대정책이 없었다면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과 발전도 우리가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다시 못사는 나라로 후퇴하게 될 것이다. 1970년대 한국보다 월등히 잘 살았던 필리핀이 어떻게 되어 있으며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수준까지 올라갔던 남미의 나라들이 몇 천 달러 수준으로 떨어져서 이제 다시 올라가려고 애쓰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과학영재 발굴에 앞장서야

한국은 1980년대 초에 과학고등학교를 만들어 과학영재교육을 시작하여 많은 과학 인재를 양성했지만 지금은 입시기관화해 초기에 의도하던 제대로 된 과학영재 교육을 하지 못하게 되었고 그래서 지금의 과학영재학교가 생기게 되었다.

현재 초등학교와 중학교에는 영재학급과 영재교육원이 만들어져 영재교육을 시키고 있고 고등학교는 부산과학고로 출발한 한국과학영재학교가 부산교육청의 적극적 지원과 노력으로 2003년 전국에서 처음 과학영재학교로 전환이 되었고 현재 서울과학고, 경기과학고, 대구과학고가 과학고에서 전환 되어 과학영재교육을 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러한 과학영재교육이 대학교에서는 고려되지 못하고 다른 학생들과 섞여서 교육되고 있는 실정이다. 예로부터 '교육은 백년지대계' 라는 말이 있었듯이 과학영재교육은 국가의 장래에 필요로 하는 기초원천기술을 개발할 수 있고 한 사람이 수많은 국민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인재를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따라서 국가는 축구, 올림픽을 준비하듯이 적극적이고도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과학영재교육에 투자해야 밝은 국가의 미래가 보장될 것이다. 

과학정신을 몸소 터득하는 자리

이번 과학축전을 주관한 박해균 회장(고흥 봉래초등학교)은 “이번 축전은 교육공동체가 함께 참여해 나눔과 소통을 실천하는 과학축전이다”며 “학생들이 지역의 소중한 자원을 세계적으로 엮어나가는 융합적 사고를 가진 인재로 자라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과학 선생님들과 함께 탐구마을, 창의마을, 융합마을, 소통마을, 전국마을, 나눔마을의 6가지 테마로 구성된 과학탐구부스에서 자신이 배우고 깨우친 과학 원리를 다른 학생들에게 시연하고 설명하면서 탐구하는 과학, 나누며 소통하는 융합의 과학정신을 몸소 터득했다. 한국교통대학교에서 운영하는 이동과학차에서는 풍선폭탄, 색깔이 변하는 꽃, 촛불자동점화, 요오드의 산화, 액체질소의 기화, 마술음료수, 흡열반응점화 등 다양한 화학실험 활동을 체험할 수 있었다.

호기심 충족의 마당

한편, 과학탐구마당에서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드론 비행 경진대회 ▲과학탐구활동보고서 쓰기 대회 ▲ 물리 골드버그 창의경연대회 ▲가족과 함께하는 과학상자 창의경연대회 ▲화학실험을 이용한 창의경연대회 등을 마련해 온가족이 소통하며 가족애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전남 지역의 유관 기관들이 직접 운영하는 프로그램으로 ▲전남경찰청의 이동과학수사대 ▲광양소방서의 심폐소생술 ▲국립광주과학관의 루체리움-스타카와 함께하는 천체관측 ▲순천대학교 로봇과학교육센터의 3D펜을 이용한 창작 캐릭터 만들기 등 특별프로그램은 학생들의 과학적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었다.

장만채 교육감은 “과학이라면 흔히 어렵다고만 생각하는데 이렇게 잘 노는 과정 중에서 호기심이 생기고 그 호기심에 대한 문제를 풀어보려고 하는 과정에서 과학이 발달하고 성장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기 보다는 활발하게 또 호기심 있게 재미있게 노는 것이 과학의 밑거름이라고 생각한다. 오늘 많은 학생들이 와서 흥겹게 재미있게 노는 것을 보고 뿌듯했다”며“ 이번 축전은 직접 손으로 만들고 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과학체험마당, 과학생각마당, 어울림마당으로 이루어져 있다. 특히 2017 전남과학축전에는 전남도교육청 소속 초·중등 과학관련 교원들로 구성된 연구회를 중심으로 서울, 부산, 인천, 강원, 경북, 경남, 세종, 제주 등 타 시·도 과학교사들이 함께 참여했다.”고 말했다. 

극복해야 할 문제점도 많아
하지만 과학발전사례가 체계적으로 소개되지 못했고 세계과학발전의 현주소를 조망해볼 수 있는 신기술 및 첨단과학의 체험기회가 적었던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았다. 이유는 예산 부족이었다. 이번 예산은 6억 원으로 국고에서 3억원, 문화재단에서 2억 원이 조달되고 나머지 1억 원은 입장수입으로 충당됐다. 

한편 과학축전이 관람객동원에 성공한 것은 뒤집어 말하면 국내에 청소년들을 위한 교육적인 과학전시회가 그만큼 없다는 말로도 해석될 수 있다. 여름방학만 되면 일부 민간단체들이 다투어 동물이나 과학에 관련된 전시회를 개최하고 있으나 입장료가 지나치게 비싸고 내용도 교육적 효과보다는 상업적 목적을 앞세운 것이 많아 마땅히 갈 곳이 없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 교육현장에서 체험위주의 산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공익기관에서 추진하는 과학행사의 몫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이번 축전에 아이와 함께 참가한 김경룡씨는 "단순히 재미나 호기심을 느끼는 차원을 넘어 청소년들로 하여금 과학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이해의 경지로 끌어 올릴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하고 또 강사들이 나와 과학원리를 설명하는 재미있는 과학교실 등이 없어 안타까웠다“ 며”내년에는 이 문제를 고려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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