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라는 화두가 우리나라에 소개되고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4대 1로 이기면서 인공지능이 바로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온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최근에는 의료용 인공지능 프로그램인 왓슨이 기사에 자주 등장하면서, 몇 년 뒤에는 인간의 명령을 듣고 일사천리로 일을 처리하는 인공지능 로봇이 우리 사회 전면에 등장할 것 같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 때문인지 19대 대선에서 많은 후보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할 미래공약들을 제시하고 있다.

사실 18대 대선이 있었던 2012년만 하더라도 광주전남을 지식과 지능기반 산업 메카로 삼자는 지역공약 아이디어가 제시되었지만, 각 대선후보들에게 전달될 최종 공약에서는 선정되지 않았다. 아마도 너무 시기상조였을 것이다. 그만큼 인공지능이란 것이 사람들의 피부에 와 닿지 않는 먼 미래의 기술로 여겨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2015년을 전후해,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 생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새로운 알고리즘이 등장하면서 인공지능기술이 전환점을 돌긴 했지만, 불과 2∼3년 사이에 인공지능 기술이 우리를 놀라게 할 만큼 급격하게 진보했다기보다는 그동안 축적되어온 기술이 특이점(singularity)에 근접하고 있다는 것이 좀 더 정확한 해석일 것이다. 아마도 인공지능기술이 특이점을 넘어서게 된 순간, 우리 인류사회는 일찍이 겪어보지 못했던 새로운 영역에 들어설 것이다.

기계가 많은 부분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단순한 미래가 아니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기계와 인공지능이고 어디서 어디까지가 사람인지와 같은 근본적이고 철학적인 의문이 생기는 시대가 올 것이다. 예를 들어 치명적인 교통사고를 당해 신체의 대부분을 인공장기와 골격으로 대체한 사람은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기계인가 아니면 사람인가? 혹은 나이가 들어 기억력이 감퇴되거나 치매가 발병하여 뇌의 인지기능과 저장기능을 반도체로 만들어진 지능보조장치로 대체했다면 과연 그 사람의 기억과 정신은 온전히 사람의 것인가 아니면 기계의 것인가? 하는 의문이 발생할 것이다.

이러한 의문들은 SF소설이나 영화에서는 단골 소재였다. 1990년에 개봉된 토탈리콜, 1999년작 매트릭스 시리즈, 2009년작 아바타 등 많은 영화에서 이러한 철학적이자 근본적인 고민이 등장하였다. 이들 영화의 공통점은 자아의 개념과 인간의 정의가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다. 토탈리콜의 더글라스 퀘이드(아놀드 슈왈츠제네거 분), 매트릭스의 네오(키아누 리브스 분), 아바타의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 분)는 모두 ‘내가 아는 나는 나인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에 부딪쳤는데, 흥미롭게도 토탈리콜과 아바타의 주인공은 ‘진짜 나’가 아닌 ‘만들어진 나’를 선택했다면, 매트릭스의 주인공은 ‘만들어진 나’가 아닌 ‘진짜 나’를 선택했다. 

이들 영화에서는 최근 많이들 언급되는 가상현실, 기억의 저장과 전송, 생명공학, 인공지능, 로봇과 같이 얼마 전까지도 황당무계한 상상력의 결과물로 치부했던 첨단기술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2017년 현재, 이러한 영화들은 더 이상 상상 속의 기술이 아니라 우리 눈앞에 ‘현실’이 되어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특이점이 다가오고 있다.

발명가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2045년경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10억배 똑똑해지는 세상, 그래서 인간이 자신의 두뇌를 저장하고 필요할 때 다시 다운로드 받아 인간수명이 거의 무한대까지 늘어나는 세상을 예측하고 있다. 매트릭스에 나왔던 세상이 불과 30년도 남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기계와 인간의 구분이 사실상 불가능한, 새로운 세상이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가 준비해야할 것은 무엇인가? 지금부터라도 우리의 사회경제체제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인간의 정의는 무엇인지, 인간이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은 어떤 것인지 깊이 고민함으로써 인류 진화의 방향을 결정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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