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들이 불행한 것은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디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틈만 나면 여기저기 쏘다니거나 아니면 쇼핑에 몰두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보고 싶은 마음조차 오랫동안 가슴에 저장해 두지 못하다 보니 그리움은 휘발성 기체가 돼 금방 증발 되고 만다. 쉽게 만나서 쉽게 헤어지는 것도 다 그런 이유다. 아픔을 공유할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으니 관계 또한 깊어질 리가 없는 것이다. 마음이 늘 공허하고 불안하고 무의미하다는 것이 이를 증명해 준다고 볼 수 있다. 

고작 한다는 것이 얼굴도 모르는 대상과 끝없이 문자를 주고받거나 아니면 바보상자 앞에 앉아 혼자 시간을 죽이는 일이다. 이런 반복과 반복이 지속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돼 결국 매 순간을 시큰둥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무기력한 삶을 탈출하는 비결이 있다면 홀로 있는 고독의 시간을 겁내지 말고 당당하게 마주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할 때 생각의 근육도 단단해져 외부의 시선에 크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大地>라는 작품으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펄벅 여사는 이런 말을 남겼다. “내 안에는 나 혼자 살고 있는 고독의 장소가 있다. 그 곳은 말라붙은 당신의 마음을 소생시키는 단 하나의 장소다.”  맞다. 자발적인 고독은 우리 생각과 마음을 여물어지게 하는 디켄터(와인 숙성을 도와주는 유리병)와 같다. 고독의 시간을 충분히 가져본 자만이 상대방의 마음도 잘 읽어내는 법이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게 어쩌면 고독의 장소일지도 모른다. 고독은 생각보다 훨씬 힘이 세고 생산적이다. 요즘 팡팡 피는 봄 꽃 역시 겨울이라는 고독의 시간을 보낸 결과물에 다름 아니다. 삶의 깊은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서라도 고독의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고독을 낭만이 아닌 구체적인 실존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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