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참 이상하더군요. 그래서 모처럼 이 옷 저 옷 번갈아 입어 보며 거울 앞에 서 보기도 했지요. 무슨 일이 있었냐고요? 그럼요. 35년 전 태금중학교(지금은 폐교)에서 첫 교편을 잡았던 은사님을 지난 15일 만나기로 한 날이었거든요. 내가 간택(?) 됐다고 생각하니 옷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더군요.

고민 끝에 옷을 빼 입고 선생님을 만나기로 한 카페에 도착했더니 먼저 온 친구들이 담소를 나누며 선생님에 대해 이런저런 이바구를 주고받고 있더군요. 한 친구는 선생님이 어떻게 변했을지 몹시 궁금하다며 마른침(틀림없이 들었음ㅎㅎ)까지 삼키더군요. 약속 시간이 되자 선생님께서 카페로 들어섰지요.

그런데 말입니다, 선생님을 보는 순간 그러잖아도 큰 내 눈이 더 커지는 게 느껴지더군요. 왜냐고요? 세월이 선생님만 살짝 비껴간 것 같았거든요. 정말 35년 전의 그 선생님이 맞는지 주민등록증을 까서 확인해 보고 싶은 충동이 일더군요. 솔직히 말해 변한 것은 선생님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 자신이었지요. 우리는 먼저 반가운 몸짓 인사를 나눈 후 기억이라는 타이머신을 타고 35년 전으로 되돌아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지요. 비록 머리가 희끗하고 배가 볼록 나온 50대 초반의 제자들이었지만 옛 은사를 만나니 서슴없이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로 되돌아가게 되더군요.

사제지간에 함께 공유할 아름다운 추억이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자산인지 새삼 다시 깨닫게 되었지요. 사제지간의 정이라는 게 뭐 특별한 게 있겠는지요. 이렇게 같은 시공간을 추억하고 나눌 수 있다는 그 자체가 사제지간의 정이 아니겠는지요.

지금의 나됨이 있기까지는 많은 스승들 덕분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바람과 공기와 햇볕이 나무를 키우는 자양분이듯, 스승님들이야말로 우리 인생을 키워준 자양분 아니겠는지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덧 헤어질 시간이 되었고, 우리는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운 맘을 접어야 했지요. 그리고 오늘 이 순간을 기념하자는 뜻으로 사진을 몇 장 남겼는데요, 어디 한 번 알아 맞혀보세요. 과연 사진 속 얼굴 중 누가 스승님이고 누가 제자일까요? 부디 당신의 직감이 녹슬지 않았기를 빌게요.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