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참 빠르다. 사랑나눔복지재단 이사장으로 몸을 담은 지 벌써 9년이 흘렀다” 문승표 이사장이 9년의 시간을 반추하며 감회에 젖었다. 2008년 8월 복지재단을 창립하면서 초대 이사장을 맡은 이후 9년 동안 지역에 기부문화를 정착시켰다는 평가를 받아 오고 있는 가운데, 오는 21일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그래서 지난 14일 문승표 이사장을 만나 그간의 소회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다.

재단을 통해 삶의 가치 재발견
“사실 복지재단 이사장을 하면서 내가 가장 큰 혜택을 받았다. 나는 재단을 통해 삶의 가치를 재발견한 것은 물론, 내 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내가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나 스스로를 장애인이라 생각하지 않았고, 등록도 하지 않았다. 나의 사명은 장애인들의 여건을 살피는 것이라 여겨 최선을 다해 재단을 운영해 왔다“고 말했다. 문 이사장은 ”행복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지역발전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행복론은 단순하다. 먼저 가정이 행복해야 회사도 성장한다는 논리다.

”내가 대표 이사로 있는 원창 회사만 해도 그렇다. 직원이 행복하면 안전사고도 발생하지 않고 기업 또한 성장하게 돼 있다. 그래서 나는 자나 깨나 가정이 먼저 행복하도록 힘쓸 것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매월 개인 월급에서 100만원을 따로 떼서 행복한 가정을 꾸려가는 직원을 선발해 지급해 오기도 했다. 그 결과 노사안정은 물론 무재해 7배수를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말이 7배수지 시간으로 환산하면 무려 10년 이상 아무런 재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이 뿐만 아니다. 2005년에만 해도 회사 평균임금이 2500만원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무려 5700만원에 이른다. ”가정이 건강하려면 물질도 어느 정도 따라줘야 한다. 그래서 직원들 월급을 꾸준히 상향해 왔는데 결국 그에 대한 보답이 모두 회사 이익으로 돌아왔다“며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광양시민 대단하다
“광양시민들 정말 대단하다. 내가 복지재단에 몸을 담고 느낀 바가 많아 대학원 복지학과를 다니며 석사과정을 마쳤다. 그 때 쓴 논문이 바로 [어떤 사람이 기부할까?]였다. 논문을 쓰기 위해 2500명을 설문조사했는데, 의외로 20~40대 층에서 기부를 많이 하겠다는 답변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래서 재단 기부 방향을 수정하기도 했다“

문 이사장은 십시일반의 정신이 기부문화를 확산하는 원동력이 된다고 강조했다. 복지 재단은 그동안 지속가능한 기부문화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또한 공동체의 발전과 시민 삶의 향상을 위한 공익사업으로 희망의 쌀 나누기, 김장김치 나누기, 내복 나눔, 저소득 세대의 생계비지원 및 의료지원, 사회복지시설 차량지원 등을 적극적으로 펼쳐왔다. 그가 이처럼 기부문화에 앞장서게 된 목적은 하나다. 가정과 회사와 공동체의 행복 때문이다.

”가정이 행복하면 자녀가 행복하고 자녀가 행복하면 가장이 열심히 일할 맛이 나고 그럴 때 회사도 능률이 오르게 된다“ 며” 가정이야 말로 행복의 산실“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희망의 저금통 나누기는 복지재단의 꽃이라고. ”재단에서 각 학교에 나눠 준 저금통에 학생들이 정성스럽게 모은 동전이 가득한 것을 볼 땐 마음이 뭉클해진다. 학생들이 간식 사 먹을 돈도 부족할 텐데  도 자발적인 모금 운동에 참여 하는 것을 보면 이것이야 말로 지역사회 복지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한다“ 며” 그동안 복지 재단을 사랑해주신 시민들과 기업은 물론, 각 기관장님들 그리고 언론인들에게 이 지면을 통해 진심으로 감사 인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퇴임 후에도 기부문화 힘쓸 것
80을 내다보며 아름다운 마무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힌 문 이사장은 “현재 은퇴를 앞두고 임대사업을 구상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일정한 수입을 통해 기부를 하고 싶기 때문”이라는 것. 그의 기부 사랑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공감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이유다.

“내가 9년 동안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동안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또 그분들에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것을 배웠다. 그 중 기부가 얼마나 자신을 행복하게 만들며 또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지 모른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래서일까? 그가 개인적으로 한 기부만 해도 2억이 조금 넘는다. “돈이 많다고 해서 기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부는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에 대한 사랑이 앞서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9년 동안 아무런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에 대해 먼저 우리 직원들에게 깊이 감사를 하고 싶다. 그들의 열정과 투명한 정신이 복지재단을 이끌어 온 힘이 됐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꼭 감사를 드리고 싶은 것은 포스코가 복지재단 사무실을 마련할 수 있도록 9억이라는 거액을 지원해 주었다는 것” 이라며 직원들과 포스코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그는 마지막으로 자리이타(自利利他) 정신을 강조했다. “남을 이롭게 함으로써 스스로를 이롭게 한다는 뜻인데, 타인을 먼저 이롭게 하면 결국 그 이로움이 나에게로 돌아오는 게 세상의 이치”라는 것. 요즘도 매일 책을 읽을 정도로 왕성한 독서가(월 평균 3권)이며 또 메모광인 그는 그는 기자에게 에리히 프롬의 <소유냐 존재냐>를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그림에도 조예가 깊어 퇴임하면 전시회를 열 계획도 가지고 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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