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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로산성 풍경

늘 그 자리에 있는 하늘 
하늘은 사람 마음만큼이나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수시로 변하는 하늘을 보면 정말 사람 마음과 똑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雲去雲來天本靜(운거운래천본정)이요, 華開花落樹常閒(화개화락수상한)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구름이 가거나 말거나 하늘은 본시 고요하고 꽃이 피거나 지거나 나무는 항상 한가롭다는 뜻인데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문장입니다. 하늘은 늘 그 자리에 있습니다. 다만 구름이 수시로 오갈 뿐, 본래 모습은 청정합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쩌면 우리 본성 자체는 청정한데 지나친 욕망과 욕심이 수시로 우리를 괴롭히는지 모릅니다. 
 

하늘은 사색을 제공
문제는 현대인들 다수가 하늘을 잘 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틈만 나면 스마트폰을 드려다 보는 게 일상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직립 보행을 하고 나서야 인간은 비로소 하늘을 쳐다보게 됐으며 그 때부터 하늘은 인간에게 사색의 힘을 제공했습니다. 그러나 점점 그런 시간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사색보다는 검색을 먼저 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검색만으로는 인간다운 심성을 키울 수가 없습니다. 사람을 키우는 것은 하늘입니다. 그래서 하늘을 자주 보는 사람은 쉽게 죄를 짓지 못한다고 했던 것입니다. 이 말을 검증할 수는 없지만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공자도 獲罪於天(획죄어천)이면 無所禱也(무소도야) 즉“하늘에 죄를 지으면 빌 곳이 없다”고 했던 것입니다. 종종 억울한 일을 당할 땐, "하늘이 무섭지 않느냐"고 항변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읍내 서산 노을 풍경

힘들 땐 먼저 하늘을 보라
하늘도 마음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줄 것입니다. 사람들은 가을을 가리켜 천고마비의 계절이라고 말하지만, 봄 하늘 역시 그 못지않게 아름답습니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꽃잎이 날리는 모습은 한편의 풍경화가 따로 없습니다. 현실에 코를 박고 사느라 하늘을 잊고 산 당신, 잠시 밖으로 나가 하늘을 한번 올려다보는 것은 어떨는지요.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면 마음이 확 트이고 생각이 넓어지는 느낌을 받게 될 것입니다. 
 

하늘, 한울님으로 인격화
우리 조상들은 하늘을 명명할 땐 주로 ‘한울님’이라고 부르기도 했는데,  ‘님’은 존경을 표시하는 접미사로서 고려조 이래로 천지신명을 호칭할 때에는 ‘님’을 붙여  ‘한울님’이라 부르기도 했답니다. 하늘을 인격화 한 것이죠. 또한 한울은 ‘한’과 ‘울’의 합성어로 한마디로 말해  ‘큰 울타리’라는 뜻이죠. 우리는 하늘이라는 큰 울타리를 배경으로 서로 그렇게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석사리 가는 길

물론 어원학자의 말에 의하면 하늘의 ‘늘’은 언제나·항상·그러하다는 뜻으로 영원성·불변성·항구성을 표상하는 말이라고 정의내리기도 하지요. 하늘을 옛날에는 한자로 한(韓)·환(丸)·환(桓)으로 표기하기도 하였고요. 이것들은 모두 동녘에 해가 뜨면 천지가 ‘환(煥)하다’는 뜻에서 비롯된 유사음(類似音)이랍니다. 우리 민족을 한민족(韓民族)이라 한 것은 하늘의 축복을 받는 민족이라는 뜻이지요.

자, 다시 새로운 봄의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창문을 열고, 스마트폰도 잠시 꺼두고 하늘을 한번 쳐다보세요. 그러면 잃어버리고 살았던 뭔가가 울컥하고 목울대를 타고 넘어 올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자기도 모르게 잊고 있던 꿈을 다시 발견하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단 하늘을 자주 올려다보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하늘의 심오한 메시지를 듣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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