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면 섬거(蟾居) 마을은 원삼국시대(삼한) 생활 흔적으로 보이는 유물이 광범위 하게 산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서기 1년에서 서기300년경에 이 고장에 이미 마을이 형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문헌상으로도 고려태조 때 섬거역이 설치되어 있었다고 기록돼 있다. 마을에서 전해 오는 이야기로는 약720년 전에 허(許)씨와 장(張)씨 성을 가진 사람들이 처음 정착하였다고 하며 1700년대 초부터 규모 있는 마을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삼정봉(三政峰) 매봉(鷹峰) 각삼봉(角三峰)이 병풍처럼 둘러싸인 형태가 두꺼비 같다고 하여 이곳 역 이름을 섬거역(蟾居驛)으로 불러 왔는데, 이에 연유하여 마을 이름을 섬거로 명명하였다고 전해지고 있다. 특히 섬거회관 오른쪽 골짜기에 가장터가 있는데, 1894년 관군에 쫓긴 동학군이 섬거에서 포살되어 이곳으로 옮겨 가매장했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다.

전해 오는 이야기에 의하면1894년9월2일 광양농민군 영호대도소 대장인 김인배와 부대장인 류하덕이 輔國安民(모국안민)의 깃발을 높이 들고 하동을 점령하여 도소를 설치하였고 그 여세로 곤양을 거쳐 진주를 9월17일에 점령하였다. 이때 지석영이 이끄는 관군과 일본군의 반격에 밀려서 동년10월22일에는 하동에서 크게 패하여 섬진강에 빠져죽은 농민군이 3천300여명에 이른다고 기록되어 전하고 있다.

광양으로 후퇴한 농민군은 서쪽으로 좌수영에 막히고 동쪽으로 관군과 일본군에 밀리며 남쪽바다에는 일본군의 쯔쿠바군함이 있어 완전 포위된 지경에 이르렀다. 동년12월10일에 쯔쿠바군함도 하포로 분견대를 파견하고 하동 민병대도 광양 지역으로 건너왔다. 다압면과 월포면에서 농민군을 크게 격퇴한 일본군과 좌수영군은 당일 오후4시에 섬거역에 집결해 있던 농민군을 공격하는 마지막 전투가 벌어졌다. 이 때 도접주 김갑이를 비롯한 28명이 총살되거나 포살 되어 그 참혹함이 형언할 수 없었으며 농민군의 시체를 가매장한곳이 섬거의 가장골이라 전하고 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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