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惡의 평범성과 아이히만 그리고 나-44
  • 홍봉기 기자
  • 승인 2017.02.27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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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굽을 악(惡)’이라는 한자를 쓸 때마다 ‘한나 아렌트’ 라는 유대 여성 철학 사상가가 말했던 ‘악의 평범성’에 관해 놀라곤 한다.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라는 책을 통해 악이 얼마나 평범한 얼굴을 하며 찾아오는가에 대해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아이히만은 유대인들을 잔인하게 죽이거나 가스실로 보낸 악마의 화신이었지만, 집에 돌아가면 사랑하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한없이 자비로우며 이웃에게는 선을 베푸는 지극히 선량하고도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군복만 입으면 어떻게 180도 달라지는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 악의 평범성을 추적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아이히만은 우리 마음속에 항상 존재 한다” 는 결론을 내렸다. 맞다. 기업의 갑질이 그렇고 약자를 우습게 보는 무의식적인 인간의 마음 또한 그렇다. 우리가 괴물과 싸울 때 괴물을 닮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惡이라는 글자 역시 ‘굽을 아(亞)’자와 마음心으로 구성된 글자로, 왜곡(歪曲)된 마음의 결과물임을 알 수 있다. 등이 굽은 것은 수술로 펼 수 있지만, 마음이 굽은 것은 펴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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