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시대가 달라졌다 해도 결혼은 여전히 신성하다. 두 남녀가 만나 사랑을 고백하고 한 몸이 된다는 그 자체가 신비다. 루돌프 오토(Rudolf Otto: 1869-1937)의 말을 빌리면 '누멘적 감정'  즉, '성스러운 체험' 을 경험하게 되는 게 결혼이다. 요즘이야 결혼의 의미가 많이 퇴색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신비영역은 여전히 남아 있어 논리적인 변증을 뛰어 넘는다. 그래서 두 남녀가 사랑을 선언할 때, 모든 사람들이 자기 일처럼 기뻐하게 되는 이유다.

세상에는 설명할 수 없는 게 참 많기는 하다. 연애시절엔 그처럼 죽고 못 살다가도 결혼 후에 태도가 싹 바뀌는 것이나, 그저 데면데면한 사이 같은데도 행복하게 잘 사는 부부도 얼마든지 많이 있다. 다소 안타까운 점은 결혼 못지않게 이혼 역시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혼 유통기간이 길어지게 된 데도 원인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 보다는 사랑을 이성이 아닌 감정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도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노력을 해야 하고 또 공부를 해야 하는데, 이상하게 사랑만큼은 그저 감정 가는대로 하고자 하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자고로 시간이 가면서 순백의 드레스는 빛이 바랄 것이고 결혼반지도 세월과 더불어 도금이 벗겨지겠지만 마음만 변하지 않는다면 백년해로 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성공한 결혼은 적당한 짝을 찾는 게 아니라 서로에게 적당한 짝이 되는 주는 것이라는 말이야 말로 보편타당한 말이지 싶다.

너는 한 권의 신간

너는 날마다 출간 되는 신간이다
오늘도 너라는 한권의 책을 읽는다
읽을 때마다 해독이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포기 하지 않고 읽는다
때로는 밑줄을 긋기도 하고
때로는 고개를 젓기도 하면서
그렇게 쉼 없이 너를  읽는다
읽을 때마다 너는 항상 새롭다
아마 평생 그럴 것 같다
너라는 책을 읽어가는 동안 
상처는 내 영혼을 성장시킨 
촉진제였다는 것을 깨닫는다
갈등 역시 잠시 어긋난 마음의 
분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결말이 어떻게 끝날지도 모르는데
섣불리 도중에 끝낼 수 없는 이유다
오늘도 내 마음의 윤전기로 너를 
인쇄하며 너를  소리 내 읽는다
너는 날마다 출간 되는 
따끈한 한 권의 신간이다
 홍석주 詩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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