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마동 야경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 1위는 '君舟民水(군주민수)' 였다. '君舟民水' 는 중국 '순자의 왕제편' 에  나오는 말로써, "백성은 물, 임금은 배이니, 강물의 힘으로 배를 뜨게 하지만, 때론 강물이 성나면 배를 뒤집을 수 있다" 는 뜻이다. 현 시국의 민심을 그대로 반영한 사자성어다. 2위로는 천리를 거스르는 자는 패망한다는 뜻인 역천자망(逆天者亡) 이었다.

지금 정부가 그런 길을 걷고 있음을 온 국민이 똑똑히 지켜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세상이 어지럽고 복잡해도 새날은 어김없이 찾아오는 법이다. 국방부 시계는 거꾸로 돌아가도 제대할 날이 오듯이, 내일의 태양은 언제나 새롭게 뜨게 마련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사람들은 또 새 희망을 품으며 그렇게 견딜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작가는 저물어가는 한해를 아쉬워하며 중마동의 야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카메라에 담긴 중마동의 야경이 마치 유럽의 어느 도시의 불빛처럼 아름답기 그지없다. 아무리 경제가 어렵고 삶이 힘들어도 집집마다 환하게 밝힌 저 불빛을 보고 있노라면 살아갈 힘을 얻게 될 것이다. 그렇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면 무엇이 두렵겠는가. 아무리 생이 고달파도 환한 불을 밝힌 채 누군가 기다려주는 이가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할 것이다.

사람의 욕심이야 끝도 없는 것, 새해에는 위만 쳐다보지 말고 아래와 옆도 보면서 그렇게 살아가자. 물빛에 반사된 불빛들이 마치 색채의 ‘마법사’로 불리는 앙리마티즈 그림을 연상케 한다. 삶도 예술도 조금 떨어져서 보면 이렇듯 아름다운 법이다. 아, 물론 당신도.

롤랑바르트를 읽는 밤

지금은 밤 10시 45분 30초
나는 롤랑바르트를 읽는다
아니, 바르트가 나를 읽는다
읽을 때 마다 늘 誤讀의 실수를 범한다
그렇지 않을 재주가 없다
기표와 기의 사이에서 서성거린다
시니피앙과 시니피에 사이에서 방황한다
별안간 그대가 튀어 나온다
이럴 땐 참 난감하고 대책이 없다
하긴, 대책 있게 사는 인생이 몇이나 있겠는가
롤랑바르트는 말했다
나의 언어가 나를 아프게 한다고
정말 그럴까?
하지만 내겐 확인할 재주가 없다
세상은 더 이상 말의 진정성을 깨닫지 못한다
본질은 늘 비껴가고, 하고 싶은 말은 끝내 하지 못한다
잠시 한해를 돌이켜보니 지키지 못한 약속과 
나를 포장했던 숱한 좌우명들만 
물에 젖은 낙엽처럼 지천에 널려 있다 
나는 시계를 보다가 다시  바르트를 읽는다

 홍석주 詩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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