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치 않게 ‘농촌불패, 농업이 미래다’라는 책을 접하게 됐다. 이 책은 농촌의 경제적 가치를 넘어서 생존의 근본문제를 책임지는 생명의 가치를 설명한다.

 저자는 농업 정책을 결정하는 주류사회에 조언을 할 뿐만 아니라, 이 땅의 수많은 젊은 예비 농업 경영인에게 농업의 미래, 농촌의 전망을 전하고 있다. 책 소개를 하려고 한 것은 아니지만, 실제로 이 책에 실린 내용처럼 농업은 앞으로 미래 경쟁력의 중요한 핵심일 수밖에 없다.

 특히 농림축산물 생산에 한정된 1차산업의 정의를 뛰어넘어 식품가공업 등의 2차산업, 유통·관광·서비스 등 3차산업을 복합적으로 융합한 ‘6차산업’의 개념이 부각되고 있는 시점에서, 단순히 농업이 애물단지인 1차 산업에 그칠 것인지 아니면 이를 잘 활용해 농업이야말로 미래시대를 이끌 주요 산업이 될지는 각 개인, 나아가 각 지자체와 국가의 몫인 것은 분명하다.

 이에 편승해 스마트 팜으로 불리는 미래형 농업이 확산되고 있으며 높은 품질에 가격 경쟁력까지 갖춘 작물이 생산되면서 농식품 수출의 성장세를 견인하는 양상이다. 세계시장은 수출농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도농복합도시인 광양의 농촌에도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하지만 농업은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이 남아있고 광양의 신성장동력은 여전히 철강산업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분인데다가, 인구 증가는 정체돼 있고 고령화됐던 농촌의 경쟁력 회복은 지금 당장은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돌아오게 되면, 마을공동체는 생기를 되찾게 될 뿐만 아니라, 정주 여건도 개선돼 농촌이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희망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광양농업은 생산에서부터 가공·서비스까지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고 광양의 대표 특산품 육성에서 다양한 품목으로의 변화를 6차 산업과 함께 이뤄내야 할 시점인 것이다.

6차 산업의 바람이 불다

 농촌에서 생산된, 그리고 존재하는 모든 유형, 무형의 자원을 바탕으로 농업과 식품, 특산품 제조가공(2차 산업) 및 유통판매, 문화, 체험, 관광, 서비스(3차 산업) 등을 연계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활동이 6차 산업이다.

 1차 산업인 농림수산업, 2차 산업인 제조·가공업,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을 아우르는 개념이기도 하다. 농가는 농산물을 생산하는데 그치지 않고, 고부가가치 상품으로 가공한다.

 또한 지역의 향토자원을 활용해 체험프로그램 등 서비스업으로 확대한다. 이 과정에서 부가가치 증대, 지역경제 활성화, 공동체 회복 및 생산적 복지 실현이 가능해진다. 6차 산업이 농가경제의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는 6차 산업의 부가가치 창출 과정 때문이다. 원료가 되는 생물이나 자원이 다양한 처리 과정을 거치면서 부가가치가 창출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용암리에 있는 ‘다과록’은 친환경 농촌교육농장으로 포도밭과 녹차밭, 각종 유실수, 야생화로 친환경 학습장을 조성하고 전통음식, 다도, 천연염색 등이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 오고 있다.

 ▷강원도 횡성군의 ‘오음산산야초밥상’은 주민이 채취한 산야초를 식재료로 활용하고, 인근 가공사업장과 네트워크를 구축해 발효액과 식초, 천연 샴푸 등을 판매, 유통한다. 여기에 향토음식 체험과 농촌교육농장까지 연계해 6차 산업화의 성공 사례이자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위의 선진지 사례처럼 이제 광양의 농업도 6차 산업의 바람이 조금씩 불어오기 시작했다.

광양농업의 현주소

 그렇다면 광양시의 농업발전의 현주소는 어떨까? 광양시는 농산물 마케팅과 6차산업화 등의 창조농업으로 농업과 농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2월 농업마케팅과를 신설한 바 있다. 

 이를 주축으로 관내 대표 특산품인 매실 중심의 가공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매실발효용기와  매실발효탱크, 농식품 포장디자인 개발 지원을 했으며 매실 소비를 촉진하고자 광양매실청을 관내 학교에 공급하기도 했다.

 또 식품 가공사업 활성화를 위해 「소규모 농식품 제조 창업 매뉴얼」을 제작, 배포해 식품제조 창업희망 농가들의 지침서로 활용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광양시 식품산업 육성 및 지원 조례」, 「식생활교육위원회 구성 및 운영 조례」, 「식품위생업 시설기준 특례 규칙」을 제정해 식품산업 육성 및 지원의 법적 근거를 마련, 지난해 백운산마을을 신규로 지정하는 등 총 7개의 농촌체험휴양마을을 관리하고 있으며, 마을의 자립화를 위한 경영 지원 및 지도와 도시민 유치를 위해 홍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도선국사마을과 백운산자연휴양림 간 업무협약을 체결해 자연휴양림 방문객은 도선국사마을의 체험·숙박서비스를 10% 할인 받을 수 있게 됐다. 시는 6차산업화 선도농가 육성시범사업으로 부저농원과 삼무루지 새싹삼농원을 선정하고 가공장과 체험장 신축을 지원했으며, 농업·농촌 체험 기회 제공을 통해 농산물 구매로 연결시키는 ‘팜파티(Farm Party)’를 운영했다.

 유통 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농협시지부와 6개 지역농협이 참여하는 산지유통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광양시연합사업단 통합마케팅조직을 발족했다. 또 농산물 수출 활성화를 위해서 수출농가와 수출업체에 물류비와 포장재비, 해외시장 마케팅비를 지원했다.
 

 지난해 4월 전남 최대 규모로 개장한 로컬푸드 직매장은 대표적인 유통 구조개선 사례로, 현재 230농가가 참여한 가운데 182개 품목의 신선한 농산물을 소비자에게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도 6차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광양매화빵과 매실음료 개발 지원, 소규모 농식품가공업체 활성화 사업, 전통식품 특성화 사업 등을 지원했으며, 농산물종합가공시설을 신축하고 6차 산업 수익모델 사업도 추진 중에 있다. 하지만 아직은 다른 지자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농업의 6차 산업 활성화가 다소 미흡한 편이라고 할 수 있다. 광양이 공업도시의 면모가 여전히 강하다 보니 전체 GDP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것도 6차 산업 발전 속도가 느린 이유 중 하나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귀농·귀촌인 유치 정책 펼쳐야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 분야의 주체, 즉 6차 산업 성공의 핵심은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지역의 중소농을 비롯한 귀농·귀촌인들,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사업과 연결시키도록 장려하고 협력하는 분위기가 적극적으로 조성돼야 한다.

 지금까지 농업과 농촌분야에서 주목을 받았던 주체들은 전업농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농업경영자, 매출액이 많은 대규모 농기업회사, 농업·농촌과 관련된 정부출연 공사와 농협 등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이들에게 농업과 농촌의 발전을 맡겼지만, 결과적으로는 농업·농촌의 쇠퇴라는 국면에 직면하게 됐다.

 쇠퇴의 책임자에게 새로운 발전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새로운 혁신 주체를 찾아보아야 할 때이다. 중소농, 소규모 창업자, 귀농·귀촌자, 로컬푸드사업단체, 자생적 협동조합 등등의 활동에 주목하고 이들의 기능이 농업과 농촌에 어떤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에서 언급했듯 사람이 중심이 된 6차 산업의 주체인 중소농과 귀농·귀촌인의 증가세는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광양시 5천만원 이상 소득 농가는 300농가에 육박하고 억대 부농 역시 80농가가 넘고 있다. 거기에다 최근 3년간 광양시의 귀농·귀촌인 수는 2013년 60세대 106명, 2014년 29세대 47명, 2015년 90세대 97명인 것으로 분석되면서 감소세에서 증가세로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광양시는 귀농·귀촌을 생각하기엔 지역의 토지 값이 상대적으로 비싸고, 지원 시책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시관계자는 “그동안 시는 타 시·군에 비해 비싼 토지가격과 농지의 감소로 귀농·귀촌 인구가 적었고 지원 대책도 부족했던 것이 사실이다”며 “올해부터 농가주택수리비 지원, 귀농인 농업창업 및 주택자금 융자금 지원, 귀농·귀촌 교육, 빈집 및 농지 알선 등의 다양한 지원으로 귀농 초기에 겪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성공적인 정착과 유치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미래 광양의 신성장동력으로 농업과 6차 산업을 접목시키고, 사업의 주체인 중소농, 귀농·귀촌인들과 함께 광양시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업체 발굴과 창업·사업 활성화 지원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조찬현 기자  pittzzang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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