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다. 무릇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동면에 들어가는 계절이다. 나무는 나목이 되고 곰은 겨울잠을 자며 갈대도 잠시 몸을 눕힐 시간이다. 온통 회색이 지배하는 시간, 그래도 강물은 얼음 아래로 흘러가고 나무는 뿌리를 통해 최소한의 양분을 빨아들이며 생존에 몰두하고 있을 것이다. 겨울 바람은 이런 목소리를 들려준다. ‘지금은 마음을 비우고 안으로 성숙할 시간’이라고. ‘화려할 때가 있으면 질 때도 있는 법’이라고. 이게 자연의 이치요 순리다. 

중용(中庸)에 이르기를 “人法地(인법지)하고 地法天(지법천)하고 天法道(천법도)로되 道法(도법)은 自然(자연)이니라“고 했다. ”사람은 땅을 본받고 땅은 하늘을 본받고 하늘은 도를 본받고 도는 자연을 본받는다“는 말이다. 그렇다. 궁극적으로 우리 모두는 자연으로 돌아가게 돼 있다. 늙음은 결코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자연의 본래 원소로 되돌아가는 회귀에 다름 아니다. 이런 생각만으로도 삶은 훨씬 가벼워질 것이다. 

소위 말하는 질량보존의 법칙을 우리 삶에 적용해도 무리는 없을 터. 물질이 화학 반응에 의해 다른 물질로 변해도 반응 이전 물질의 모든 질량과 반응 이후 물질의 모든 질량은 변하지 않고 항상 일정하다는 법칙이 질량보존의 법칙이다. 어디 물질만 그럴까. 살아가면서 받는 모든 상처와 눈물도 애정의 저울에 달아보면 결코 변함이 없을 것이다. 다만 그 순간에는 모든 것을 잃은 것 같고 견딜 수 없는 통증으로 괴로웠겠지만 시간이 지나서 다시 측정해 보면 행복의 질량과 동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지금 뭔가 손해를 좀 본 것 같다고 해서 억울해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순천만 갈대가 바람에 흔들리며 이렇게 속삭이고 있다. ‘놓아라. 그러면 가벼워질 것이고 마침내 하늘을 날 수 있을 것’ 이라고. 초겨울, 순천만 갈대밭에서 바람의 경전(經典)을 읽으며 희망에 밑줄 하나 긋는다.

 삼류 인생
내 인생은 삼류다
내 눈물도 내 상처도
누구의 마음하나 
흔들지 못한다
하늘이 흐리다
비에 젖은 낙엽들은
무기력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패잔병처럼 바람에 날린다
돌아보면 늘 잘 못 들어선 길에서
그렇게 서성거리기만 했다
가끔은 제대로 들어섰다고 좋아했는데 
가다 보면 헤매기 일쑤였다
남은 생도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을 테다.
삶은 평생 잘 못 들어선 길에서 
이리저리 헤매다 
생을 모두 탕진하는 일이다
아무래도 오늘처럼 흐린 날에는
별들에게 안부를 묻는 게 좋겠다
하늘에서 사라진 무수히 많은 별들
내 눈가에서 눈물로 환생하고 있다
다시 한 번 부탁하는데 
절대 상대방과 눈을 마주치지 말고 
마음도 주지 마라
그 순간, 삼류 슬픔에 빠지게 될 테니까
     홍석주 詩       

홍봉기 기자/사진 백억선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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