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곡면에 가면 수평마을이 있다. 우리나라 마을 이름들 대부분이 그렇듯이 수평마을 이름 또한 원래 뜻하고 많은 차이가 있다. 이 마을이 이루어진 시기를 보면 1580년경 김해김씨가 처음 정착하면서 시작됐다고 한다. 이곳에 입촌한 사연이 재밌다. 김해김씨 중 한 사람이 역모에 가담했다가 피신해 온 것인데, 마을 가운데 있는 큰 바위에다 ‘수평(壽坪)’이라는 자기 이름을 새긴 후 이곳에 정착했다는 것이다. 주민들 말에 의하면 지금도 바위에 글씨를 새긴 흔적이 남아있다고 한다.

그러나 목숨 수(壽)자가 어려워 좀 더 쉽게 쓰기 위해 수평(水坪)으로 바꾸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도 마을 주민들이 ‘수패골?수펴울?수평동’ 등으로도 부르는 것을 보면 숲(林)과도 상당히  관련이 있어 보인다. 수평 의미를 옛말의 변천 과정으로 살펴보면 숲이 많다는 의미 즉 ‘숲이 우거진 고을’ 이란 뜻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봐서, 숲과 관련이 깊지 싶다.

또한 수평마을에는 점터라는 골짜기가 있는데 이곳에 쇠를 녹여 물건을 만들던 철점이 있었다고 전해오며 달띠기 서쪽의 촛대봉에는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1587~1671)가 명당이라 하여 묘를 썼다는 자리가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남아 있었으나, 현재는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윤선도가 광양에서 살았던 흔적은 각종 문헌 등 사료에 나타나는 데 고산 윤선도가 살았던 옛 집터라고 추정되는 자리가 옥룡면 추산리 추동 마을에 있는 것으로 봐서 상당히 근거가 있어 보인다. 이 마을에 특별한 유적유물은 없으나 320년 된 느티나무가 이 마을을 묵묵히 지키고  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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