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광양경제신문 창간호가 발행됐다. 첫 신문을 받아 들고 어설픈 지면이 곳곳에 보여 뿌듯하기 보다 숨을 곳을 찾아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로부터 10년 세월, 광양경제신문도 강산이 바뀌는 세월에 합류했다. 창간 때부터 함께 했으니 카메라와 메모장을 들고 현장으로 달리기 시작한지 벌써 10년이다.
“안녕하십니까! 광양경제신문 조경심 기자입니다”라는 말이 이젠 제법 입에 꿀이 되었을 법도 한데 아직도 인터뷰를 할 때마다 전혀 다른 색깔을 가진 사람들이라 언제나 새로운 그림판을 짜내며 어떤 질문, 어떤 생각으로 이들에게 다가갈까! 어떤 글로 어떤 표현을 담아 진솔한 모습을 그려 낼까! 고민스럽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틀에 박힌 이야기보다 부드럽게 물 흐르듯 읽어갈 수 있는 글이어야만 독자들의 심금을 울리고 가까이 갈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찰칵 찰칵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또 눌러 환한 모습을 담아내고 싶은 마음 간절한 기자 생활은 그야말로 날마다 새로운 변화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안녕하십니까’ 하고 인사하는 날이 늘어 갈수록 노하우가 생기고 만나는 사람이 많아짐에 따라 사람이 재산이란 옛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인맥이 늘어 마음 부자가 됐다.
기자는 많이 듣고 많이 보고 많이 느껴야 생생한 기사를 감동적으로 쓸 수 있음을 알기에 한 시간이면 가능할 취재 시간을 때로는 3~4시간으로 넉넉하게 투자하는 것도 아끼지 않는다.
광양경제신문 기자로 일하면서 수요동행을 담당하다 보니 참으로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현장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인생이라는 게 사연도 많고 색깔도 다양해 정말 하나하나가 다 예술이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리고 각기 다른 삶과 사연에 어울리는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이 있지만 대화 속에서 얻어낸 그들만의 아름다운 빛깔을 하얀 지면에 그림을 그리듯 이야기를 풀어갈 때는 행복해지기도 한다.

‘혹시 광양경제신문 조경심 기자신가요? 꼭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반갑습니다’ ‘아주 젊은 기자인 줄 알았는데...’ ‘당당해 보이고 멋있어요’ ‘이름을 너무 많이 봐서 늘 만났던 사람 같아요’
얼굴 보다는 이름만 나가는 기자 생활이다 보니 누굴까? 어떤 사람일까? 궁금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이렇게 궁금해 하고 때론 만나서 반갑다고 환하게 웃는 독자들을 만날 때마다 신이 난다. 내가 쓴 기사를 읽어주었다는 고마움에서다.
광양경제신문과 함께한 10년을 돌아보니 감동으로 다가오는 각가지 취재 현장이 있었음이 행복하다. 이사람, 수요초대석, 수요동행으로 코너 이름이 바뀌었고 매주 한 사람씩 인터뷰 했으니 10년 동안 만난 사람이 500여명이다. 나를 만날 때 지인들은 말한다. “지금까지 만난 사람들 기사를 모아 책 한번 내보지 않겠습니까”라고, 그렇다. 10년 동안 쌓아둔 인맥 재산이 언젠가는 책으로 엮어져 빛을 발할 수도 있으리라 기대해도 좋다. 꿈은 이루어진다 했으니 그동안 동행했던 사람들 사진과 글을 차곡차곡 알곡으로 정리해서 짠하고 독자들께 선보일 때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광양으로 이사온 지 벌써 30년, 포스코신문 커뮤니케이터로 일할 때는 포스코인들과의 만남이라 광양을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광양의 현장 곳곳을 누비는 광양경제신문 기자 일은 나를 온전한 광양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요즘 무슨 재미로 사느냐고 물으면 마치 대본을 외운 연기자처럼 제대로 알고 있는 광양예찬론에 침이 마른 것을 보면 인심 좋은 광양 속에 푹 빠져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생에서 광양에서 산 세월이 가장 많아 어쩌면 터줏대감이 되어 광양을 지키고 사랑하며 자랑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며칠 전 ‘사랑하며 살날이 얼마나 남았을까’ 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사랑하는 독자들께 아름다운 글로 인사 드린 10년, 앞으로 독자들께 얼마나 더 사랑합니다 고백하며 글을 쓸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스친다. 앞으로 다가올 10년, 그때 오늘처럼 안녕하십니까 조경심 기자입니다. 하고 독자들께 20년 인사를 드릴 수 있을까?
498호 신문은 창간 10주년 기념 신문이다. 기자들은 행여 오타라도 나올까 봐 한 주 한 주 신문이 나올 때마다 산고의 고통을 겪는다. 그러나 고통이 없으면 사랑도 행복도 없는 법, 한 줄 한 줄 기사를 써내려 가며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날이 많았다. 무엇보다 오늘은 10년 동안 변함없이 광양경제신문 글을 읽어주고 사랑해주고 채찍을 주신 독자들께 고맙고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싶은 날이다. 독자들 덕분에 내가 있고 독자들 덕분에 행복했으니까!

조경심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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