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환적 거점화 성공 가능성 이목 집중

▲ 자동차 환적 거점화 전략을 재도약을 꿈꾸고 있는 광양항

광양항은 1986년 본격적인 무역항으로의 시작을 알리며 급변하는 정세 속에서 국가산업을 이끌고 지역경제의 버팀목으로의 역할을 굳건히 해왔다. 하지만 광양항의 환적화물의 급감과 중국 항만의 급성장은 물동량을 감소하게 만들었고, 노후 된 하역장비 등으로 항만생산성이 높지 않아 물량 확보의 어려움은 운영사 모집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그 결과 국내 컨테이너 처리물량 2위를 유지했던 광양항은 지난해 처음으로 인천항에 2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한진해운 부실경영 사태는 전국 각 항만의 피해를 안겼고 광양항 역시 거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실정이다. 

 다만 희망을 안겨준 것은 최근 해양수산부에서 2016~2020년 항만기본계획 수정 계획을 확정·고시함에 따라 광양항이 자동차 환적 거점화 중심지로의 도약을 기대해 볼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도 정부의 지원규모와 시기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이고, 자동차 환적의 경우 대내외 경제상황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이유로 전국 각 항만들이 환적차량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자칫 한정된 물량에 ‘나눠먹기’식의 형태로 운영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에 광양경제신문은 창간 10주년을 맞아 광양항의 현 실태와 최근 일련의 사태들을 되짚어 보고 자동차 환적 거점화의 주요 내용과 현황을 진단해보는 ‘광양항, 도약과 도태의 갈림길에 서다’ 제하의 기획을 마련했다.

광양항, 2위 자리 탈환 가능하나

국내 주요 항만 간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시점에서 광양항과 인천항의 컨테이너항만 국내 2위 자리 쟁탈전이 뜨겁다. 더구나 정부의 지원이 어느 항만에 집중될지 신경 또한  곤두서 있는 상태이다.

 그동안 국내 컨테이너 처리물량 2위를 유지했던 광양항은 지난해 처음으로 인천항에 2위 자리를 내줬다. 광양항은 당초 광양항 배후단지 개발로 100만TEU 이상의 신규 물동량 창출을 기대했지만 올 9월 현재 배후단지 입주업체에서 창출되는 물동량이 20만TEU에 불과했다.

 이 같은 이유로 광양항은 지난해 물동량 233만TEU로 부산항(1948만TEU), 인천항(238만TEU)에 밀려난 3위 실적을 기록했으며 올 상반기까지도 인천항(124만TEU)에 밀린 116만TEU에 그쳐 국내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 2위 항만 자리 탈환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지난 10년 동안만 보더라도 인천항은 컨테이너 물동량이 연평균 6.9%씩 증가해 왔으나 광양항은 평균 2.7% 증가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광양항 배후단지에 미흡한 수준의 외자유치와 고용효과도 문제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은 국감에서 광양항 배후단지는 경제자유구역으로 외국자본 유입이 중요한데 외자유치 실적이 187억원 수준에 불과하며, 고용효과도 1개 기업평균 27.5명(39개 기업, 1076명 고용)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정부가 1985년 부산항과 광양항을 컨테이너 전용 처리항으로 개발하는 양항 정책을 추진해왔으나 현재 광양항은 부산항의 1/10수준, 인천항에도 밀린 국내 3위 항만으로 추락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여수광양항만공사 관계자는 “무엇보다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매우 중요한데 줄어든 환적화물은 글로벌 선사들의 선대운영 합리화 바람이 갈수록 가속화하고 있어 당분간 회복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최근 해수부가 ‘제3차 전국 항만기본계획 수정 계획’을 확정·고시함에 따라 광양항에 상당히 유리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어 당장 경쟁구도가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고 설명했다.

한진해운 사태 여파 어디까지

 부실경영으로 인해 휘청 거리던 국내 대표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결국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전국 각 항만을 넘어 세계적으로도 상당한 피해를 낳고 있다.

▲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항만업계의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자료에 따르면 한진해운 퇴출 시 한진해운 물동량 188만TEU 중 현대상선으로 32만TEU(17.0%), 근해선사로 38만TEU(20.2%), 외국선사로 118만TEU(62.8%)가 넘어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로 인한 피해금액은 해운수입손실 7조7000억원, 추가운임부담 4407억원, 항만 부가가치 1152억원으로 총 8조2559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일자리 상실도 한진해운 종사자 1428명을 비롯해 조선업 9438명, 선박 보험/검사업 180명 등 약 1만1000명의 실업자가 속출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진해운은 지난해 광양항에서 컨테이너 물량 31만9000TEU을 처리했다.

 이는 광양항의 지난해 총 컨테이너 물량 232만2193TEU의 13.7%에 해당한다. 올해도 20만2000TEU를 처리해 13.2%를 점유, 덴마크 선사인 머스크를 이은 2위 선사다. 하지만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인한 해운사들의 연쇄적 반응은 광양항에서의 물동량 이탈, 감소라는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글로벌 해운업계는 4개의 거대 해운동맹이 좌지우지하고 있다. 국내 업체 중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이들 해운동맹에 속해있으며 그 중 한진해운은 ‘CKYHE’에 속해 있다.

 ‘CKYHE’에서 이미 중국 코스코, 대만 에버그린이 동맹을 깬 상황에서 현재는 ‘KYH’ 일본 K라인, 대만 양밍, 한진해운만이 명맥을 잇고 있다. 동맹에서 빠져나간 해운사들은 굳이 광양항만을 이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여수광양항만공사 자료에 따르면 이로 인한 광양항의 피해액은 56억원, 앞으로 발생할 피해금액은 올해 말까지 30억원, 내년 이후 89억∼12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또 광양항에 입항하는 한진해운 소속 선박의 일을 하는 하역업체 42억원, 예선업체 3억원, 도선 2억5천만원, 검수 1억원 등 관련업체 피해액 54억원, 피해종사자도 49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 큰 문제는 앞으로 발생할 중장기 피해규모가 119억∼156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는 점이다. 한진해운이 최종적으로 파산하게 되면 내년 이후 발생할 물동량 감소 규모는 적게는 14만TEU에서 많게는 20만TEU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정책과 지원 일관성 중요

정부는 1994년 ‘전국 항만 기본계획’을 세운 뒤로 줄곧 부산항과 광양항을 동북아시아의 물류 중심 항만으로 키우는 ‘투-포트(Two-Port 2개 항구)’ 정책을 고수해 왔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투 포트 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리를 못 잡고 흔들려왔으며, 지금까지 우리 정부는 항만정책에 대해 ‘원-포트(One-Port)’와 ‘투-포트(Two-Port)’를 놓고 노선을 명확히 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해양수산부가 5년 만에 부활하면서 당시 신임 장관의 청와대 첫 업무보고에서부터 투 포트 정책이 소리 없이 사실상 폐기돼 버려, 정치권 안팎에서 성명서를 발표하는 등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렇다 보니 지역 각 항만들이 서로 지원을 요구하고 나서면서 부분별한 개발이 이뤄지는 것이 현 실태라는 분석이다.

▲ 지난 9월 광양항을 방문한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실제로 정부가 추진해왔던 투 포트 시스템이 실패하면서 전국항만물동량 예측결과를 두고 부산, 광양, 인천 등의 지자체들이 갈등을 겪은 바 있다.

 따라서 각 지역의 현실과 배후 산업과 배후 수송망 등을 고려해 지역 항만을 특성화시킬 필요가 있고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각 지자체들의 입장을 조율·조정하는 컨트롤 타워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앞서 한진해운 사태 등으로 악화된 항만·해운업계, 그리고 광양항에 그나마 위안이 될 만한 것은 지난달 29일자로 해양수산부가 광양항을 광양제철소 등 원자재 수급을 위한 부두와 자동차 환적 거점화를 통한 ‘국내 최대 산업클러스터항만’으로 육성을 골자로 한 ‘제3차 전국 항만기본계획 수정 계획’을 확정·고시했다는 점이다.

 특히 가장 주목할 부분은 자동차 환적 거점화 전략으로, 이는 광양항의 인프라 확충과 지역경제 유발효과가 큰 사업임과 동시에 대내외 경제상황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이유로 국내 각 항만들이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또한 같은 정권 내에서도 달리 말하는 정부 정책이 이번 ‘제3차 전국 항만기본계획 수정 계획’에서는 또 어떤 식으로 변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은 여전히 정부 정책의 신뢰성에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자동차 환적 거점화 쉽지 않다
 
 해양수산부의 이번 제3차 전국항만 기본계획(2016~2020년)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국내 무역항 30곳, 연안항 29곳 등 전국 총 59곳 항만이 기본계획 대상에 포함됐으며, 전남은 광양항·목포항·여수항·완도항 등 4곳의 무역항을 비롯해 흑산도항·거문도항·진도항·홍도항·나로도항·땅끝항 등 11곳 연안항 등 총 15곳의 항만이 포함돼 있다.

 광양항에 반영된 수정계획 중 가장 중요한 것은 급증하는 자동차 환적화물 처리를 위해 3-2단계 컨테이너 부두 4개 선석을 자동차 부두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이로써 광양항에는 향후 5년간 6347억원(항만 전체 투자액의 4.3%)이 투입될 계획이다.

 광양항은 지난 2003년부터 자동차 화물을 처리해 오면서 2013년 40만대, 2014년 81만대에 이어 2015년에 114만대를 처리하는 등 연평균 40% 이상의 급증세를 기록하며 국내 제2의 자동차화물 처리 항만으로 도약했으며 올해는 자동차 130만대를 처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장밋빛 전망 속에서도 자동차 환적 중심기지로서의 도약은 전국 타 지자체 항만들과의 경쟁이 불가피하게 돼 결코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 항만들은 환적차량을 유치키 위해 부두개발과 선석확충 등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목포항은 3만톤급 1개 선석, 14만1900㎡(4만3000평)의 야적장으로 자동차부두를 운영하고 있지만 올해 1개 선석 9만5700㎡(2만9000평)의 야적장을 추가했다. 특히 3개 선석, 25만800㎡(7만6000평)의 자동차부두와 야적장을 운영하는 울산항도 자동차 환적화물의 유치를 위해 2개 선석 13만2000㎡(4만평)의 야적장을 더 늘렸다.

 군산항도 조만간 준공되는 야적장 약 5만㎡(1만5000평)을 포함, 총 4개 선석에 29만7000㎡(9만평)의 야적장의 운영에 들어가는 등 각 항만별로 환적차량 유치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다. 환적차량의 경우 대내외 경제상황의 영향을 덜 받는 것은 물론 일반 수출입화물에 비해 하역작업을 2번해야 하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커 지역경제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여수광양항만공사 관계자는 “광양항은 유럽과 미주를 연결하는 주간선 항로상에 있어 지정학적 입지 여건이 우수한데다 수심이 깊고 안벽이 길어서 대형 자동차 운반선이 자유롭게 입·출항할 수 있어 자동차 화물 처리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이번 항만기본계획 또한 광양항의 요구 조건이 거의 반영된 만큼, 향후 국제적 자동차 환적 중심기지로 도약해 고용 창출과 지역경제에 일조하고 국가산업 발전을 선도하는 국제적 종합 항만으로 육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조찬현 기자  pittzzang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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