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법인화 요구 강력촉구...채용조건 확실하게 못박아야

         유명브랜드 직영 제고 필요...지역상권보호 근본대책 마련시급

개장을 3개월여 앞둔  LF아웃렛 공사 현장

지난 9일 일요일 오후, 잠시 LF아웃렛(이하 발음상 아울렛으로 표기)공사장을 찾았다. 먼저 기사에 쓸 사진을 챙기는 것은 물론, 지금까지 중구난방으로 쏟아진 아울렛에 대한 여론을 정립해보기 위해서였다. 이날이 일요일이라 그랬는지 몰라도 공사장은 조용했으며 태풍이 지나간 가을하늘만 눈부시게 밝았다. 현재대로 공사가 진행된다면 3개월 안에 마무리가 되는 것은 물론, 늦어도 내년 2월달이면 완전 오픈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완공이 이처럼 촉박한데도 그동안 광양시가 보여줬던 채용설명회를 보면 소리만 요란했지 손에 딱히 잡힌 게 하나도 없다는 게 의류종사자들 입장이다.

문제는 도대체 아울렛이 어떻게 진행 되고 있으며 어느 정도 실효를 거뒀는지 잘 모르겠다는 시민들도 대다수다. 본인 사업과 직접 관계가 있는 사람은 여론의 추이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강 건너 불구경하는 듯한 표정이다. 이런 와중에 광양읍에서 의류업에 종사 하고 있는 한 상가 주인이 신문사로 전화로 걸어 절박한 심정을 하소연했다.   

아울렛, 광양시, 업주들 동상이몽
그는 아주 격앙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아울렛, 말이 좋아 입점이지 아마 현재 광양에서 의류업을 하고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들어가지 못할 것이다. 구조상 그렇게 됐다. 미안하지만, 광양시에서 나름대로 나서서 애쓰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매장에 입점할 수 있는 상가는 거의 없다고 본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의 말에 따르면 경쟁에서도 밀리뿐 아니라, 대기업이 원하는 조건을 도저히 맞출 수 있는 능력이 안 된다는 것. ”생각해보라. 짜장면 장사하던 사람이 갑자기 국밥장사하면 영업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는가. 시관계자는 A상품을 못하면 B상품을 판매하면 된다고 아주 쉽게 말하지만 정말 그렇게 간단한 구조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절박한 목소리로 말했다. 현재로써는 상인들 보호를 위한 법적인 시스템이 전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전시효과에 혹해서는 안 돼
아울렛이 들어선다는 결정에 의류업을 접게 됐다는 중마동 김모씨는 “광양시는 마치 아울렛만 들어서면 고용효과가 엄청나게 발생할 것처럼 떠드는데 그것도 알고 보면 대부분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에 불과하다”며“ 그 조차 광양시가 채용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아울렛이 자기들 규정에 맞춰  뽑는데 자격이 되지 않으면 가차 없이 탈락을 시키는 게 대기업의 속성”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렛을 오픈할 때까지는 상당히 우호적인 척 하겠지만, 막상 아울렛이 개장하게 되면 그 때부터는 모든 게 달라지게 될 것이라는 것. “솔직히 아울렛에 들어간다고 해도 인테리어 비용이나 매장을 운영하는 모든 조건들은 아울렛의 지시에 따라야 하는데, 억대의 비용을 지불하고 인테리어까지 하게 되면 정말 어려움에 봉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부정적이 시각을 보였다. 한마디로 광양시 의류업종사자들은 사면초가에 놓여 있다는 것이다. 
기대에 못미친 채용설명회
지난 달 26일에 실시한 설명회에 직접 참석한 지역 상인과 시민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울렛 유치 당시 광양시는 지역 업체 우선 계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LF아울렛 입점이 LF와 브랜드사 간 계약으로 이뤄져 상당수의 브랜드가 직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지역 상인들은 자신이 운영 중인 매장 브랜드와 관련해 입점 가능성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지만 일부 브랜드에 대해 LF측은 “해당 브랜드의 경우 본사 직영을 검토 중”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더욱이 입점 브랜드가 확정되는 시점이 10월 말로 예정돼 있어 실제 입점 계약 일정은 아울렛 개장 한 달 전으로 촉박하게 짜여졌다. 구체적인 상생 방안을 묻는 질문에 LF측은 “지역 상권 보호대책이나 지역민과 상생 협력을 위한 노력은 지역협력계획서에 성실히 반영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그러자 광양참여연대는 최근 성명을 통해 “지역 업체 우선입점은 LF의 개장 이후 지역 상권 몰락이라는 위기감 속에 상인들의 최소한의 요구”라며 “사전설명회에서 LF는 브랜드 본사와 점주와의 문제이기 때문에 조건이 맞지 않으면 힘들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고 지적했다. 
이 구조라면 다윗과 골리앗 싸움 될 것
미리 타 도시에서 운영되고 있는 아울렛을 직접 방문했다는 박모씨는“ 아울렛에 대해 제대로 알기 위해 직접 아울렛을 방문했는데 그분들의 말을 들으니 솔직히 입점할 엄두가 나지 않아 마음만 답답하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이어“광양시는 고용효과를 부풀리는 전시효과를 벗어나 입점하고자 하는 지역민들이 어떻게 하면 제대로 입점을 해서 자기 권리를 지킬 수 있는가에 대한 실질적인 방안을 찾아 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러나 또 다른 상인은“ 본사에서 직영한다면 매니저로 들어가 일하고 싶은 생각이 있는데, 아울렛측이 채용할 때 기존 점주들에게 좀 더 기회를 많이 줬으면 좋겠다”며 “본사가 인기 있는 브랜드 상품을 직접 운영하고 있는데 이런 기회를 기존 상인들에게 돌려준다면 어느 정도 도전해볼 가치는 있어 보인다”고 조심스런 의견을 내 놓았다. 문제는 대부분 상인들이 다윗과 골리앗 싸움에 비교하고 있어 그렇게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훨씬 높아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구체적으로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현지 법인화 목소리도 높아
LF아울렛의 현지 법인화를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높다. 개장으로 인해 지역상권이 고사위기에 놓인 데다 낮은 지역기여도와 자금의 역외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현지 법인화가 필수라는 주장이다. 개장을 두 달여 앞둔 가운데 대형 아울렛 입점에 따른 지역 상권 붕괴와 지역 자금 역외유출 등의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또 현지법인화는 각종 지방세 등 지역에 내는 세금이 늘어나는 효과와 함께 아울렛 유치 후 지역과의 협력을 모색할 때도 독자적인 결정권을 가진 협상 파트너로서의 의미도 상당하다.

실제로 가까운 광주 신세계백화점은 1995년 현지법인으로 출발해 현재 광주 지역의 대표적인 유통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상생협력의 모델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부산과 울산, 대구 등 최근 아울렛 입점이 추진됐던 대부분의 지역에서 지자체가 나서 현지법인화에 대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광양시는 인근 지자체들의 반발에 맞서 아울렛 유치에만 행정력을 집중해온 탓에 지역과의 상생 협력을 이끌어낼 협상의 동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지 법인화는 지역경제 활성화 도움
광양시의회도 최근 의원 간담회를 갖고 현지법인화와 관련한 의견을 교환했지만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 아울렛 관계자는 "10월 중 나올 지역협력계획서에 상생 협력 방안을 담아낼 것"이라며 좀 더 지켜봐 달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지법인화에 대한 지역 내 목소리가 광양시의 소극적인 행정 탓에 힘을 잃고 있는 상황에서 아울렛이 적극적인 상생 협력 방안을 내놓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김윤필 광양참여연대 상임대표는 "현지 법인이 아닌 점포는 독자적인 의사 결정권이 없어 지역 업체 납품이나 입점을 확대하는데 한계가 있고, 지방세도 거의 내지 않아 지역경제 기여도가 낮다"면서 "LF아울렛 본사를 광양에 두면 법인에 근무하는 상주 인력도 함께 움직임에 따라 고용과 지역 내 소비촉진으로 이어질 뿐만 아니라 지방세수 증대로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특히 독자적인 의사 결정권에 더해 현지법인에 따라 세수차이가 5배 이상이나 나기 때문에 현지 법인화는 필수"라며 "광주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2014년 550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려 11억원의 법인세를 냈지만 본사 소속 일반지점이었다면 2억원 가량의 지방세를 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법인화’ 요구는 LF아울렛 본사를 서울 등 타지에 두지 않고 아울렛이 들어서는 광양지역에 독립법인을 내 달라는 것이다.

광양시 모 시의원은 “현지법인화를 하면 아울렛이 벌어들인 매출이 본사의 지역 거래은행으로 송금되지 않고 지역 소재 은행으로 들어간다.”며“지역 소비자가 사용한 자금의 역외유출이 크게 줄어들고 다시 재투자될 수 있어 경제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것이라 반드시 현지법인화를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현지법인화 하는 게 쉬워 보이지 않아 향후 갈등의 원인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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