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비진도(比珍島)를 다녀왔다. 아름다운 것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입을 벌린 채 “와!” 라는 외마디 탄성을 지르는 것밖에 달리 할 게 없는 법이다. 이럴 때마다  느끼게 되는 감정은 바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라는 게 얼마나 빈약한 것인지 절감하게 된다는 사실. 비진도라는 이름은 산수가 수려하고 풍광이 훌륭할 뿐만 아니라 해산물이 풍부해 ‘보배(珍)에 비(比)할 만한 섬’이란 뜻에서 유래했다고는 하지만 내 생각은 좀 다르다. 어쩌면 그 어떤 섬과 비교해도 이만한 보배로운 섬은 없다는 뜻에서 그렇게 지었는지 모른다. 이는 직접 눈으로 보고 난 느낌의 결과물이다. 아마 비진도를 한번이라도 다녀온 사람은 이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게 될 것이다. 

                비진도를 가보지 않고 통영을 다녀왔다고 말하지 말라!
비진도에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게 두 섬을 연결하는 550m길이의 사주(沙柱)다. 해안은 사주가 있는 중앙의 지협부를 제외하고 가파른 해식애(海蝕崖)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심도 대단히 깊다. 사주에 의해 형성된 비진도해수욕장은 천연백사장으로 모래가 부드럽고 물이 깨끗해 수영하기에 안성맞춤이다.

온화한 기후로 아열대성 식물이 생육하며 특히 천연기념물 제63호로 지정된 팔손이나무가 자생하고 야생 동백군락지도 있다. 단언컨대 통영을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한번 가 봐야 하는 곳이 바로 비진도다. 비진도를 가보지 않고 통영을 다녀왔다고 말하지 말라고 큰소리치는 이유다. 

통영에는 수많은 섬이 있는데 총 약 150개 중 사람이 사는 곳만 해도 무려 41개에 이른다. 이들 섬은 저마다 독특한  경관을 자랑하며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고 있는데, 비진도는 그 중에 가장 으뜸으로 꼽을 만한 섬이다. 비진도는 통영 여객선 터미널에서 배로 약 40분이면 도착한다. 섬을 가는 동안 통영시내 전경에서부터 한산도 등 인근 섬의 풍경을 보고 있자면 운항 시간이 짧게만 느껴진다. 아무데나 눈길을 줘도 하나같이 탄성을 지르게 한다. 외항에서 내려 해안도로를 걷는 맛도 일품이다. 외국에서나 볼 법한 산호빛 바다색깔은 잔잔한 파도와 함께 수영을 즐기기에 환상적이다. 

심지어 외국인들까지 이곳을 즐겨 찾을 정도다. 바닷가 풍경이 워낙 이국적이라 해안 길을 따라 걷노라면 마치 외국의 어느 바닷가를 거닐고 있는 착각에 사로잡힌다. 등산을 좋아하는 여행객이라면 남쪽섬을 꼭 한번 둘러봐야 한다. 섬이 하나의 산으로 돼 있는 이곳은 정상인 선유봉으로 올라가는 코스와 서쪽 해안을 따라가는 둘레길, 두 곳의 탐방로가 있다. 이들 탐방로는 남쪽 끝자락에서 만나므로 어느 쪽을 먼저 가도 상관없다.

선유봉 정상에 도착하기 전에 경치를 구경하라고 곳곳에 쉬어가는 장소를 만들어 놨는데, 거기서 보는 풍광은 이곳이 정말 대한민국 맞나 싶을 정도로 아름답다.  정상까지는 조금 가파르다 싶지만 정상에 오르고 나면 아름다운 절경이 몇 십 배로 보상을 해 줄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은 사람은 오전 9시 배편으로 갔다가 오후 4시 배편으로 나오면 딱 안성맞춤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