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읍에 사는 김 모씨는 모처럼 부산에서 친구들이 광양으로 놀러 온다는 연락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마땅히 보여줄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옥룡사지 동백숲을 구경시킨 후 저녁은 이순신 대교의 화려한 야경을 보면서 먹기로 하고 이순신대교 근처 식당에 저녁 예약을 잡았다. 그런데 이순신 대교 야경은 생각한 것과 완전히 달라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불 꺼진 이순신대교는 그야말로 암흑 그 자체였던 것. 가까운 여수는 야경의 아름다움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관광객이 해마다 늘어가고 있는데 광양은 있는 자원조차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이순신 대교 근처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는 “솔직히 이순신 대교 근처에서 영업을 하고 있지만 평일 날 저녁은 이순신대교가 있는 지조차 모를 정도로 어둡다”며“ 이젠 손님들조차 의례 그런 줄 알고 있다”고 꼬집었다. 

사실 2013년부터 270m 주탑에 전망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관광자원화를 추진하겠다고 나섰으나 지금은 아예 물 건너가고 말았다. 2013년 당시 전남도에 따르면 이순신대교의 관광자원화 시설 설치를 위해 기획재정부에 관련 사업비 60억 원 승인을 요청했다고 밝히는 것은 물론, 이순신대교 일대가 여수국가산단과 광양국가산단 등 중요시설 밀집지역임을 감안, 국정원 등과 보안 협의를 모두 마친 상태라고 발표까지 했었다. 

당시 계획을 들여다보면, 이순신대교에 들어설 관광자원화 시설은 전망엘리베이터를 비롯, 주탑전망시설, 시청각 교육관, 내부엘리베이터 등이다. 전망엘리베이터는 인터넷 신청을 통해 1회 3만원 안팎의 요금으로 오전·오후로 운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구체적인 사업방안까지 밝혔다. 또 3층 규모의 카페테리아, 주탑 상단 가로보 휴게시설 등이 민자사업으로 추진되며, 추후 논의를 거쳐 주탑 케이블 등반시설이 설치될 예정이라는 등 마치 금방이라도 추진이 될 것처럼 보였다.

당시 전남도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이순신대교 건설로 자연스럽게 형성된 270m의 주탑을 활용하면 최소의 사업비로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다”며 “보고, 느끼고, 만지는 시설이 들어서면 광양만권의 물류 혁명은 물론 세계적 관광 가치를 지니는 남해안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런 야심찬 기대와는 다르게 요즘 이순신대교는 깜깜한 암흑이나 다름이 없다. 다만, 금.토.일에 저녁 7시부터 11시까지 약 4시간 정도만 조명을 밝히고 있는 상태다.

그러다 보니 평일 날에는 이순신 대교 존재 자체를 가늠하는 것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순신 대교 시설 관계자는 ”현재 여수와 광양시가 나눠 관리하고 있는 상태인데, 평일 날에 조명을 켜지 못하는 것은 전기사용료가 부담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전기사용료는 여수와 광양이 나눠서 분담하는데 1월~8월분은 여수시에서, 9월~12월분은 광양시에서 각각 분담하고 있다.

광양시 관계자는”현재 전남도는 물론 여수시와 여러 차례 머리를 맞대며 시설관리에 대해 협의를 해 오고 있는 중“이라며”마음 같아서는 평일 날 밤에도 조명을 밝히고 싶지만 행정상 여러 가지 문제가 많아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운수업을 하는 최모씨는 ”평일 날에도 한 두 시간쯤은 이순신대교 야경을 구경할 수 있어야 비로소 이순신 대교가 제 가치를 발하게 될 것인데 그렇게 하지 못해 몹시 아쉽다“고 말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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