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연일 30도를 넘으며 그야말로 살인더위였다. 무더운 여름을 보내며 입맛까지 잃었다면 이젠 잃어버린 입맛을 되찾아야 할 가을이다. 가을하면 전어가 가장 맛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 그렇다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게 만든다는 가을 전어, 그 고소한 맛에 푸~욱 한번 빠져보자.

가을 전어가 제철을 만났다
청어과에 속하는 전어는 서식장소가 수심이 30미터 이내의 얕은 연안이므로 주로 서해안과 남해안에 서식한다.
겨울에는 남쪽에서 월동하고 4-6월에 난류를 타고 북상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월동을 위해 다시 남쪽으로 내려오는데 이때 가장 영양이 풍부하고 맛이 좋다. 따라서 9~10월이 가장 맛이 좋을 때다. 그래서 가을전어라고 한다. 생선의 맛은 지방 함량과 직결되는데 전어는 가을이면 지방성분이 봄이나 겨울에 비해 최고 3배 높아진다.
지방이 가장 많은 철이 바로 맛이 제일 좋은 때이며 가을에 먹는 전어회가 유독 고소한 이유다.

추어탕 못지않은 훌륭한 가을 보양식 
전어는 추어탕 못지않은 훌륭한 가을 보양식이다. 가을 전어에는 봄, 여름보다 3배나 많은 불포화지방산이 들어있는데다 DHA와 EPA를 유독 많이 함유하고 있어 기억력과 학습능력을 높이고 혈관질환 예방에도 좋다. 또 사람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는 필수아미노산인 이소류신, 라이신, 메티오닌 단백질 등이 들어 있으며 전어는 뼈째로 먹기 때문에 칼슘이 풍부하다.

전어 새꼬시는 된장이 더 잘 어울린다
전어 새꼬시는 초고추장보다는 된장이 더 잘 어울린다. 특유의 고소한 맛이 구수한 된장과 만났으니 이 보다 더 환상적인 맛이 어디 있을까! 상추와 깻잎 위에 풋고추와 마늘 그리고 참기름 섞인 된장을 올려 한 입 가득 씹는 맛, 아삭아삭하게 뼈 씹히는 소리도 경쾌하지만 전어의 기름진 살맛이 짜릿해 입이 즐겁다. 갖은 양념에 무쳐먹는 전어무침 또한 새콤달콤하여 잃어버린 입맛을 되돌리기엔 안성맞춤이다. 싱싱한 전어회, 상추, 깻잎 등의 야채와 맛갈스런 초고추장에 참기름까지 더해 비벼 먹는 그 맛은 비빔밥 중에 최고다.

전어구이를 먹는 데 방법이 있다.
고소한 맛을 제대로 즐기려거든 굵은 소금을 뿌려 숯불이나 연탄불에 구워낸 것이 제격이다. 전어 석쇠구이는 체내 지방이 배어 나와 지글지글 소리내며 익어가는 모습이 먹음직스러울 뿐만 아니라 그 맛 또한 고소하다. 집 나간 며느리를 돌아오게 할 정도의 고소함이란 바로 몸에 배인 불포화지방산이 타면서 나오는 것이다. 또한 전어 머리는 깨가 서말이라고 했다. 그러니 전어구이는 머리까지 통째로 먹어야 하며 머리부터 먹어야 고소함의 극치를 느낄 수 있다.
DHA와 EPA, 타우린 등은 열을 가하면 손상되기 때문에 영양학적으로 보면 회로 먹는 것이 좋다. 특히 회무침은 지방이 많은 가을전어의 기름진 맛을 없애준다. 때문에 담백하고매콤한 맛을 느낄 수 있어 입맛 돋우기에 최고다. 일부 미식가들은 가을 전어처럼 지방이 많은 생선은 된장에 찍어 마른 김과 묵은 김치에 싸먹는 것이 제격이라고 한다.
전어는 버릴 것이 없다.
전어는 젓갈을 담그기도 하는데 전어 새끼로 담근 것은 엽삭젓, 혹은 뒈미젓, 내장만을 모아 담근 것은 전어 속젓, 내장 중에서도 위만을 모아 담은 것은 전어 밤젓 또는 돔배젓이라 한다. 전어속젓은 김장 때 멸치젓과 같이 쓰이며 밤젓은 고소하여 예로부터 밥도둑으로 불린다. 그러나 양이 많지 않아 귀한 젓갈에 속한다.

생선회가 가장 맛있는 온도는?
음식을 먹을 때에 맛을 제일 좋게 느끼는 온도가 있는데 일반적으로 사람의 체온을 중심으로 하여 상하 25∼30℃의 범위다. 따라서 따뜻하게 먹는 음식의 최적 온도는 60∼70℃다. 그렇다면 생선회의 가장 맛있는 온도는 몇 도나 될까! 요즘은 횟집의 수족관에도 대부분 냉각시설이 되어 있어서 여름철에도 수조의 온도가 5∼10℃ 정도로 조절되어 있다. 이 온도가 생선회를 요리하면 육질이 쫄깃거리고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온도다.

고소한 맛의 대명사인 가을전어. 오죽하면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고 했을까! 그 요리를 만끽할 수 있는 전어의 계절이다. 푹푹 찌는 더위로 입맛을 잃었다면 맛있는 전어요리를 찾아 가족이 함께 ‘가을 맛 나들이’ 계획을 세워보는 것은 어떨까!          

조경심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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