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하며 사는가도 중요하지만 어디에 사는가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 그래서 맹자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세 번이나 이사를 하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생각에 따라 조금 극성맞다고 할 수 있겠지만 환경이 아이 인품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게 하는 부분이다. 광양읍 세풍에 해창(海倉)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마을 이름만 보고도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대충 짐작이 갈 것이다. 모든 마을 이름에는 그 마을만의 고유한 역사와 시간의 지문을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해창이라 마을의 성격이 어떤지 지명만 보고도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정식으로 문헌에 나타난 이름은 1789년으로 인덕면 해창촌(海倉村)이라 불렀음을 알 수 있다. 이때부터 이 마을이 세곡을 보관하고 운반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해창 마을은 오(吳)씨와 임(林)씨가 제일먼저 입촌하였다고 전하며 그 시기는 확실하게 알 수 없으나 적어도 1789년 이전에 이 지역에 마을이 형성되어있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해창마을 옛이름은 ‘돌고지’인데 ‘돌고지’란 크고 작은 바위를 비켜서 집을 지었기 때문에 ‘이리가고 저리가고 돌고 돌았다’하여 돌고지란 이름으로 부르게 됐다고 한다. 그러다가 이곳에 조(租)를 넣어 두는 조창(租倉)이 생긴 후 ‘해창’으로 바뀌었으며 해창이란 바닷가에 세곡(稅穀)을 보관?운송하는역할을 하는 지역을 의미한다.

조창은 처음에는 골약동 황방에 있었다하나 쌀이 쉽게 썩어서 좋은 장소를 물색하던 중 이 지역을 택하게 됐다고 하며, 이곳 조창은 조선말엽에 철거 되었는데 한일합방 등의 혼란 속에서 읍 사람들이 창고 터를 고성사람 김씨에게 팔아 넘겨 지금은 김씨 선산이 되었다고 한다. 현재는 창고 터 초석만 일부 남아 있을 뿐 원래 창고 흔적은 사라지고 없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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