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동 사랑아파트에 사는 김모(34)씨는 세 살배기 아들과 함께 놀이터에서 놀다가 근처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려던 중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멀쩡한 화장실이 갑자기 폐쇄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아이가 화장실이 급해 찾아갔는데 폐쇄된 바람에 혼줄이 났다”며“ 이렇게 좋은 화장실을 지어놓고 폐쇄를 한다는 것은 정말 납득하기 힘들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당황한 주민들이 광양제철소 관계자에게 몇 차례 문의하고 항의를 했으나 수익자부담의 원칙에 따랐을 뿐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다고 전했다.
제철소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아파트단지 내 화장실은 수익자부담 원칙에 의해 마땅히 아파트 주민들이 관리를 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몇 차례 통보를 했으나 아파트 동대표들이 모여 회의한 결과 주민들이 관리를 하지 못하겠다고 연락해 옴에 따라 최종적으로 폐쇄를 시킬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곳 아파트 화장실을 관리하는데 1년에 2천만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간다는 것. 

그러나 아파트 주민들과 외부인의 반응은 싸늘하다. 사랑아파트 이 모 동대표는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곳 화장실을 이용하는 아파트 주민들 대다수가 제철소 직원들인데 수익자 부담의 원칙을 들어 이렇게 일방적으로 폐쇄를 한다는 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복리후생이란 직원들 편익은 물론 지역주민들에게 보다 편리한 환경을 누리도록 제공하는 것이 목적인데, 수익자부담원칙을 들어 일방적으로 폐쇄한다는 것은 정말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뿐만 아니다. 어울림 체육관과 제철단지 내 시설물을 이용할 때도 역시 차별을 적용받게 된다. 광양제철소 후생관리팀 직원의 말에 따르면 “제철 단지 시설물은 제철소 직원들의 복리증진을 위해 설치한 시설물인데 외부인들 때문에 제대로 이용하기가 어렵다고 호소해 결국 시설 이용금에 차별을 둘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현재 외부인들은 제철소 직원들에 비해 시설 이용금을 30% 정도 더 내야 한다.  30년 간 포스코에 몸담았다 퇴직했다는 박모씨는“ 아니 어떻게 포스코에서 평생을 몸담아 온 사람들까지 이렇게 홀대 할 수 있는지 섭섭하기 짝이 없다”며“어차피 이곳 시설물을 이용하는 다수의 사람들 거의가 다 포스코맨들인데 정말 해도 너무 한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익명을 전제한 포스코 현직 관계자 또한“ 아마 원가절감과 경비를 줄이라는 지시를 받고 그런 모양인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며“주민들과 이용객들의 원성을 높이 사서 경비를 줄인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고 안타까운 반응을 보였다. 이어“기업 가치는 단순히 경비를 줄이는 데서 오는 게 아니라, 지역민들과 함께 공생하는 데서 온다”며“광양제철소가 이런 경비를 줄이기보다는 열린 자세로 좋은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게 경비를 줄이는 것 보다 훨씬 기업가치가 높아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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