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유당공원의 여름

다시 유당공원을 찾았다. 유당공원은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는 공원이다. 오래된 고목 앞에 서 있자면 마음이 숙연해지기도 한다. 그런데 이곳을 찾는 광양시민들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접근성이 애매하기 때문이다. 버스 터미널과 연결돼 있어도 사람들은 아직 이 공원의 가치를 잘 알지 못한다. 

저녁으로는 지나치게 깜깜해 산책하기가 두렵다. 오싹한 느낌마저 들기도 한다. 유당공원의 역사적 내용을 알고 싶다면 검색 하면 간단히 알 수 있다. 이런 지식을 얻고 싶다면 굳이 공원까지 갈 필요는 없다. 그러나 가슴으로 체험하고 싶다면 반드시 한 번은 가봐야 할 공원이다. 

이 공원은 1547년 당시 광양현감이었던 박세후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전하고 있다. 유당(柳塘)이라는 이름은 연못 주변에  팽나무, 이팝나무와 함께 수양버들이 많이 심어졌기 때문에 얻어진 이름이다. 물론 당시의 울창했던 숲의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지만, 고목나무와 연못가의 풍경은 여전히 고전미의 극치를 보는 듯 아름답기 그지없다. 

이곳에 유당공원을 만들게 된 배경에는 역시 풍수지리가 한몫 했다.  풍수지리설에 의하면 칠성리의 당산이 호랑이가 엎드린 형국이고 읍내리는 학이 나르는 형국인데 비해 남쪽이 다소 허하다 하여 늪 지역에 연못을 파고 수양버들과 이팝나무, 팽나무를 함께 심어 부족한 형국을 보강했던 것. 

광양시가 개발되기 이전만 해도 유당공원은  서울농대 부속 연습림까지 울창한 숲을 이루었으나 로터리가 생겨 맥이 끊어지고 말았다. 그래도 천연기념물 제 235호인 이팝나무를 비롯, 4~5백년 묵은 고목 수 십 그루가 아름다운 숲을 아우르고 있다. 조만간에 도립미술관이 건립되면 이곳 유당공원도 새롭게 조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1945년 유당공원의 여름 모습을 이곳 출신 사진작가 故 이경모 선생이 찍은 것이다. 지게에 짐을 한 짐씩 짊어지고 오는 농부들의 모습이 고단해 보이기는 해도 소박한 평화가 깃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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