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변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옛 맛을 찾는 본능이 있다. 화려한 맛이 아니라 은근한 맛, 겉모습은 물론 식당 풍경도 마치 고향처럼 푸근하게 느껴지는 음식점이 있어 찾았다.

시골의 정취에 맛까지 어머니 손맛 그대로인 병암산장, 백운산 높은 자락에 걸터앉은 병암산장은 아직도 어머니가 직접 음식을 만든다. 그래서 토속적인 맛과 은근한 맛이 배어 있다. 입에 척척 감기는 감칠맛을 느낄 수 있는 토종 닭숯불구이는 한번 먹어본 사람은 누구나 반할 수 밖에 없다.
병암산장은 미리 예약이 필수인 이유가 있다. 직접 기르는 닭을 잡아 준비하는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냉동 닭을 쓰지 않는 병암산장은 닭 사시미도 즐길 수 있고 쫄깃쫄깃한 닭 내장도 구워 먹을 수 있다.

박정수 사장에게 병암산장이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이곳은 병풍바위와 병풍폭포가 있는 병암마을입니다. 6,25가 터지기 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았는데 전쟁 때 불에 타 없어지고 저희가 유일하게 5대째 병암마을 터를 지키며 살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이곳에서 30여년 닭숯불구이로 음식점을 하셨는데 연로하셔서 자영업을 하다 저희가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공병순 어머니는 닭숯불구이를 하게 된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셨다.
“병암마을이 백운산 높은 곳에 있고 찻길 조차 없는데도 고로쇠 물과 닭백숙을 먹으려고 여기까지 걸어서 왔었제. 그런데 닭백숙을 자주 먹던 손님들이 구워 먹어보면 어떠냐고 하기에 소 죽을 끓이던 숯불을 가져와서 숯불에 닭고기를 구우니 참말로 맛이 있더라고, 그 다음부터는 닭백숙보다 닭숯불구이가 인기가 좋아 30년 넘게 닭숯불구이 장사를 했었어. 지금은 차가 들어오니 천국이여”
손님과 어머니의 합작품으로 탄생한 닭숯불구이, 병암산장은 닭숯불구이로 유명세를 탔고 지금도 옛날 단골이 찾아온다고 한다.

“병암산장까지 도로가 나서 차가 들어오게 된 것은 10년 전입니다. 이곳은 진틀에서 백운산 올라가는 길목이기 때문에 올라가면서 예약하고 내려와서 식사하는 산행객들이 많습니다.”
민박도 겸하고 있는 병암산장 주 메뉴는 닭숯불구이, 닭 백숙(4만5천원), 옻닭(5만원)이다. 손수 만든 도토리묵과 고로쇠 막걸리도 일품이며 음식을 다 먹고 나면 어머니가 직접 끓여주는 입에 척척 감기는 닭죽은 서비스다. 1만여평의 사유지에서 직접 채취해 신선하고 깔끔한 고로쇠 물을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백운산 정상 2,7km에 위치해 있으며 맑고 시원한 계곡이 앞에 흐르는 병암산장은 명절 외에는 따로 휴일이 없다.

길찾기: 옥룡면 신재로 1678-67
대표전화: 061-762-6781

조경심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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