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마중 나온 아리따운 여인들

‘봄’이라는 단어를 입 속에 넣고 굴리다 보면 나도 모르게 ‘보미(寶美)’로 발음되는 착각에 빠진다. 맞다. 보배롭고 아름다운 봄은 보미라고 불러야 마땅하다. 봄이 ‘본다’는 말에서 파생된 것처럼 사람들은 봄에 온갖 아름다운 꽃을 만나게 된다. 긴 겨울을 묵묵히 참아 내고 피고 지는 꽃과 새싹들을 보면 없던 희망과 용기까지 보너스로 받게 된다. 

특히 섬진강 매화마을에서 피는 매화를 보노라면 ‘여기가 바로 무릉도원이구나’ 하는 착각에 빠진다. 요즘 연일 섬진강매화는 팝콘처럼 팡팡 꽃잎을 터트리고 있다. 붉은 홍매화는 이왕 사는 인생 뜨겁게 살자며 유혹하고, 하얀 매화는 순결한 영혼으로 살자고 속삭인다. 이때쯤이면 한국의 모든 산천에는 꽃들이 흐드러지게 필 준비를 마쳤겠지만 그래도 다압매화마을에서 피는 매화꽃을 봐야 비로소 오리지널 봄을 만났다고 볼 수 있다. 하여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여인이 포즈를 취하며 봄을 맞이하고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염문을 뿌리고 싶어 하는 봄, 당신도 이곳에서 나와 함께 염문 한 번 뿌려 보지 않으실는지. 

              오리지널 봄이 시작되는 광양섬진강 매화마을

빨강 등불을 켠 채 당신을 기다리는 홍매화

설도(薛濤)라는 당나라 여류 시인은 봄에 피는 꽃을 보고 이렇게 노래했다지.

‘花開不同賞，花落不同悲(화개부동상,화락부동비)欲問相思處，花開花落時(욕문상사처,화개화락시)/꽃이 핀다지만 같이 즐기지 못하고/ 꽃이 진다기로 함께 슬퍼 못하리/ 나 묻노니 내 님은 어디에 있는지/ 이렇게 꽃이 피고 질 때에는‘ 

그렇다. 어디 설도만 사랑하는 님이 어디에 있는지 묻고 싶었겠는가. 누구나 한번쯤은 그렇게 님을 그리워하며 꽃잎지는 소리에 가슴을 쓸어내린 적이 한 두 번은 있었을 터. 그런 마음의 결정체가 바로 그 유명한 노래 同心草라는 사실. 누구나 그리움에 빠지면 이렇게 시인이 되는 것을.   

風花日將老，佳期猶渺渺(풍화일장로, 가기유묘묘) 不結同心人，空結同心草(불결동심인, 공결동심초) 비록 유명한 노래라 그 가사를 모두가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굳이 해석을 하자면 이렇게 될 터. ‘날마다 꽃잎은 바람결에 시들어 가고/ 좋은 시절은 점점 더 아득해져 가는구나/ 그대와 한마음으로 묶지 못하고/ 한마음 풀만 부질없이 매고 있소’

만약 당신도 마음 한 평 쉴 곳을 찾지 못해 방황하고 있는 중이라면 광양매화 보러 오시길. 이곳에 오면 매화와 한마음으로 엮여 쓸쓸했던  마음에도 새순이 돋아 날 것이니, 부디 저 꽃이 다 떨어지기 전에 서둘러 오시길.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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