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구아수 폭포를 구경하고 밤을 이용해 잉카제국의 옛 수도 쿠스코 공항에 새벽 5시 도착했다. 승용차를 가지고 공항에 마중 나온 쿠스코의 여인, 그 사람은 한국인 가이드를 쓰려니 120만원이란 거금을 달라고 해서 현지 영어가이드를 쓰기로 해서 나온 것이다. 어둠이 짙게 깔린 쿠스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승용차는 우리를 태우고 끝없이 산을 올랐다. 페루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사라진 잉카제국의 공중도시 마추픽추
페루 첫 번째 여행지는 마추픽추, 기차를 타기 위해 우리는 아침 먹을 시간도 없이 달려 옥수수를 사서 마추픽추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간단하게 요기를 했다.
대부분 쿠스코에서 뽀로이 역을 이용하지만 우리는 3시간 정도를 승용차로 달려 해발 2600m 오얀따이땀보 역에서 페루 레일에서 운영하는 기차를 탔다. 기차는 우르밤바 강과 산길을 굽이치며 마추픽추로 향했는데 기차에서는 비행기에서처럼 음료와 초코렛을 제공했다. 우리는 1시간 30분 정도를 달려 마추픽추 올라가는 입구인 아쿠아 칼렌테스(Aguas Calientes) 마을에 도착했다. 이 마을은 마추픽추를 오르내리는 관광객 때문에 먹고 사는 마을이다. 마추픽추를 가기 위해 모인 관광객이 북적이고 숙소, 음식점은 물론 기념품 파는 가게들이 즐비했다. 여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30여분 올라가면 마추픽추를 만날 수 있다. 기차 탈 때 반드시 여권은 지참해야 마추픽추를 오를 수 있다는 것 잊지 말자.

세계 7대 불가사의 마추픽추, 잉카인 돌 다룬 기술 신기
미국의 고고학자 하이럼 빙엄(1875~1956)이 1911년 쿠스코 북쪽을 탐험하다 마추픽추 유적지를 발견해 세상에 드러난 수수께끼의 도시 마추픽추는 1912년 발굴됐다. 빙엄 교수가 400년 동안 묻혀있던 도시를 발견하고도 100년이 넘었지만 잉카제국이 남긴 유적지라는 것 말고는 밝혀진 게 거의 없다.
태양의 도시, 공중 도시, 시간을 잃어버린 도시, 남미의 얼굴로 불리는 마추픽추는 이름도 많다. 많은 이야기들이 분분한 결정적인 이유는 잉카 문명엔 문자가 없어 남아있는 기록이 없기 때문이다. 아찔한 천길 낭떠러지를 좌우로 바꿔가며 버스가 마추픽추 유적지로 오를 때 고산증에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지근거렸다. 드디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요새, 마추픽추에 오르자 눈을 뗄 수가 없다. 석조 기술이 뛰어났던 잉카인들, 그 당시 누가 이 거대한 바위와 수많은 돌들을 2400m나 되는 곳에 옮겼을까? 마추픽추는 돌과 돌 사이가 면도날이 안 들어갈 정도니 잉카인이 돌을 다룬 기술은 신기에 가까웠다. 세계 7대 불가사의로 1983년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마추픽추는 돌아볼수록 궁금증이 꼬리를 문다.

‘태양의 신전’ 부드러운 곡선으로 매우 정교
발견될 때까지 수풀에 갇힌 채 아무도 그 존재를 몰랐고 공중에서만 볼 수 있다고 하여 우주적 차원의 작품으로까지 불리는 마추픽추, 아래를 내려다보면 수백ｍ 아래로는 안데스 협곡의 우루밤바 강이 요동을 치고 유적지 2400m를 사이에 두고 늙은 봉우리 마추픽추(3000m)와 젊은 봉우리 와이나픽추(2800m)가 우뚝 서있다. 3000여개에 이르는 돌계단과 200여개의 석조건물이 남아있는 주거지, 동짓날 일출 때 햇살이 창문을 통해 들어오게 만들어진 ‘태양의 신전’은 다른 석조물과는 달리 부드러운 곡선으로 매우 정교하게 지어졌으며 서로 다른 모양의 돌들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각으로 맞물려 있다. 페루는 수도 리마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도시가 안데스 산맥 고원지대에 자리를 잡고 있다. 특히 마추픽추는 산꼭대기에 건설되었기 때문에 구름이 산허리에 걸려 있을 때가 많아 산 아래에선 이 도시 존재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고 한다.

허무하게 사라진 황금의 제국
황금의 나라 잉카제국은 13세기부터 16세기 초까지 남아메리카의 중앙 안데스지역을 지배했던 나라다. 수도 쿠스코를 중심으로 그야말로 제국의 번영을 구가했던 잉카제국은 황제 자리를 놓고 내분에 휘말리다 결국 스페인 군대에 의해 허망하게 무너져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고 만다. 그리고 약 400년 후 안데스의 산꼭대기에서 잉카의 공중도시 마추픽추가 발견되면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마추픽추는 햇빛이 잘 비치는 곳에 태양신전, 돌로 된 해시계, 창문이 3개인 돌벽, 아직도 사용 가능한 우물터, 농작물을 재배했던 계단식 밭과 관개수로 등이 원형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페루 마라스 소금산
남미에는 대표적인 염전이 네 군데 있는데 볼리비아의 우유니 소금사막, 아르헨티나 북쪽 지방의 살리나스 그란데스, 콜롬비아의 소금광산, 페루 우르밤마 인근의 마라스 소금산이다. 페루 마라스 소금산은 공동체에 속한 사람만이 경작할 수 있고 일가족당 한 칸씩 배정된다고 한다. 식구 수에 따라 염전의 크기가 결정되는데 아무리 커도 4m를 넘지 않고 30cm 보다 더 깊게 파서는 안 된다고 한다. 새로 이사오면 가장 먼 곳에 경작지를 배분 받는데 하나만 있어도 이곳에선 부자란다. 옛날에 안데스 산맥이 바다 속에서 솟아올랐다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소금산, 맛을 보니 실제로 바다 물보다 염분이 높아 훨씬 짰다.

세계의 배꼽, 쿠스코
페루 리마에서 LAN 항공기를 타고 도착한 쿠스코(Cusco), 쿠스코는 케추아어로 ‘세계의 배꼽’이라는 뜻이며 안데스 산맥 분지에 있는 잉카제국의 수도로서 한때 1백만 명이 거주했다. 무엇보다 이 도시는 화강암이나 안산암을 정확하게 깎아 만든 담과 담 안으로 배치된 직선형 거리, 12각의 돌기둥, 중앙광장 신전자리에 세워진 대성당, 태양신 사원(Sun Temple) 유적 등이 잘 보존되어 있다.
마추픽추를 갈려면 꼭 들려야 하는 곳 쿠스코, 마추픽추로 가는 출발점 쿠스코는 해발 3400m에 위치해 있다. 그래서 쿠스코에 도착한 대부분의 여행자는 조금만 빨리 걸어도, 말을 해도, 숨이 가쁜 고산병 증세를 경험한다. 고소증을 예방하려면 따뜻한 물을 많이 마시고 가급적 슬로우로 걷는 것이 좋다.
외국 나가면 나는 한국음식보다는 그 나라 음식을 즐겨 먹는데 오랜 남미여행에 지치고 고산병 증세까지 있어 쿠스코에 하나밖에 없는 한국식당 사랑채를 찾아가 비빔밥과 김치찌게를 먹고 나니 속이 확 풀렸다.
죽기 전에 가볼 수 있을까? 외계인들이 세우지 않았을까? 정말 사람이 지었을까? 잉카인들은 이곳에서 거주하다 도대체 왜, 어디로 흔적도 없이 사라진 걸까? 상상 속에 간직해왔던 마추픽추, 그 신비의 마추픽추를 직접 보고 만져 보고 했는데도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이번 남미 여행에서 세계 7대 불가사의를 만나며 경이로운 대자연 앞에 인간의 언어는 얼마나 한정된 것인가 새삼 깨닫게 했다. 지구를 반 바퀴 돌아 남아메리카 페루의 공중도시 마추픽추까지 9박 10일간의 여행을 마치고 다시 브라질로 돌아와 브라질에서 마지막 여행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른다.
브라질 포르탈레자 꿈부꾸에서
조경심 기자
 

조경심 기자  ge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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