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약동 용장 마을

아무리 풍수학적으로 좋은 땅이라도 그 마을 인심이 어떤가에 따라 화복이 갈리게 된다. 마을 인심이 그 마을의 기운을 이끌어 가기 때문이다. 설령 아무리 좋은 땅을 골라도 그 땅을 고른 사람이 바르게 살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풍수의 기본은 사람의 심성을 으뜸으로 봤던 것이다. 마을 사람들 하나하나가 바르게 살아야하는 이유다.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풍수란 기가 잘 통하는 곳을 말한다. 소위 말하는 生氣가 그렇다. 풍수는 미신이 아니라  심리학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이 좋으면 나쁜 기운도 바꿀 수 있지만 사람이 나쁘면 좋은 기운도 나쁘게 만들기 쉬운 법이다. 광양마을 지명을 살펴보다 보면 마을 인심이 물리적인 풍수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골약동 용장(龍藏)마을도 좋은 기운을 감추고 있는 마을 중의 하나다.

용장마을은 임진왜란을 전후하여 여수돌산에서 진양정씨(晋陽鄭氏)가 처음 이 지역에 입촌하여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하였다고 전하고 있다.  고려시대 이 고을에 세운 용장사(龍藏寺) 절 이름을 따서 용장이라 한 것으로 추정되며 사곡리 본정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용소(龍沼)가 있었는데 이곳에 용이 살았다는 전설에서 마을이름이 태동됐다고 한다.

물론 마을이 형성된 초창기에는 벽지나 다름없었지만 제철소가 들어서면서 마치 잠든(藏) 용(龍)이 깨어나는 것처럼 활기를 되찾고 있다. 특히 마을뒷산에는 구봉산(舊烽山)이 있는데, 여수남해순천 등을 한 눈에 두루 살펴볼 수 있을 정도로 전망이 좋은 곳이다. 한 때는 구봉산을 음이 같은 구봉산(狗峰山)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아주 오랜 옛날 온 세상이 물에 잠겼는데 이 지역에서 제일 높은 산꼭대기에 겨우 개(狗) 한 마리정도 누울 자리가 남았다하여 이 산을 구봉산(狗峰山)이라하였다고 전해 오는 것으로 보아 큰 홍수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는 것을 추측할 수 있다. 이제 용장 마을은 구봉산 개발과 더불어 잠든 용이 서서히 깨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