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과 상처를 노래할 때  눈물은 진주가 되고  상처는 훈장이 되리라

 빗나간 인생은 늘 어딘가 아프고 허전하게 마련이다.  딱히 뭐라고 꼬집을 수는 없지만 살다보면 마약 맞은 사람처럼 그렇게 몽롱할 때가 있다. 그럴 땐 역시 삶이란 한바탕 꿈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긴 한숨을 쉬게 된다. 그런데 말이다, 참으로 이상한 것은, 그렇게 체념 아닌 체념을 할 때 마음에 따뜻한 피가 돈다는 것이다. 이처럼 설명할 수 없는 모순을 안고 살아가는 게 인생이다. 그러므로 모든 것을 일일이 해명할 필요는 없다.

다만, 그 해명할 필요가 없는 자리에 음악을 초대하면 된다. 음악은 설명하지 않고도 모든 것 말해주는 놀라운 연금술을 가지고 있다. 아니, 답답한 마음을 가지고 혼자서 한숨을 쉴 때 음악은 비로소 구원이 된다.

상처받고 난 후, 혼자 방안에 틀어박힌 채 들었던 쇼스타코비치 왈츠는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아니 꼭 클래식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삼류 뽕짝 음악도 때에 따라서는 하느님의 메시처럼 꺾어진 마음을 일으켜 세울 때도 있는 법이다. 음악이 위대한 것은 부자와 가난한 자의 눈물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 들을 귀와 열린 마음만 있으면 누구라도 가리지 않고 감동을 준다. 

삶은 울음과 웃음의 끝없는 변주곡

합창의 생명은 화음이다. 비록 혼자서 독창을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화음이 어긋난 노래는 노래로서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그래서 음악의 3요소를 리듬, 가락, 화성이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말이다, 이 3가지 요소는 인간살이에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 세 가지 요소가 적절하게 배합 되어야만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듯이 사람살이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삶도 울음과 웃음의 끝없는 변주곡에 다름이 아니다. 우리는 평생 웃고만 살 수 없고 그렇다고 평생 울고만 살아갈 수는 없다. 이 둘의 끝없는 조화가 결국 삶이라는 음악을 만들어 내게 되는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슬픔이 밀려온다고 해서 절망할 것 없고, 또 기쁘다고 해서 너무 기고만장할 것도 없다. 음악은 해체된 몸과 마음을 재배열해주는 마력을 가지고 있기에 그냥 귀만 기울이면 된다. 참으로 재밌는 것은 ‘풍류 악(樂)’과 ‘치료할 약(藥)’ 자가 같은 집안 출신이라는 점이다.

육신이 아프면 약을 먹듯이 마음이 아플 때는 음악을 들(먹)어야 한다. 음악이 영혼의 치료제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므로 항상 상비약과 같은 음악 몇 곡쯤은 마음에 담고 다닐 필요가 있다. 어느 날 갑자기 밀려오는 허전함과 쓸쓸함을 감당하기에 음악처럼 좋은 친구도 없으니까.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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