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한 올 한해가 즐거웠고, 행복했다. 당신에 대한 좋은 기억들은 새해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다. 당신이 특별히 잘해줘서가 아니다. 그냥 슬픔과 기쁨을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 느닷없이 당신에게 전화를 걸어 이런저런 수다를 떨고 투정을 부려도 그것을 다 받아 준 당신이 참 좋았다. 그동안 부족한 글임에도 불구하고 좋게 받아들여준 당신이 있었기 때문에 버티며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별일 없지? 오늘 술한잔 할까?” 하며 물어 오는 당신의 음성은 그 어떤 경전에 새겨진 문장 보다 위로 하는 힘이 있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내년에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생긴다. 올 한 해 당신 참 고마웠다.

                       삶은 평생 吉을 찾아 나서는 나그네와 같다
또 한해가 저물어 간다. 저물어 가는 해를 보다 보면 마음에 수많은 물음들이 들불처럼 들고 일어날 것이다. 누구는 후회하는 감정이 밀물처럼 밀려들기도 할 것이요, 또 누구는 반성을 하면서 새해를 다짐하기도 할 것이다. 그래도 이 만큼 살아 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은총인지 모른다. 숨을 쉬고 살아 있기 때문에 후회도 하는 것이고 또 마음을 새롭게 다지기도 하는 것이다.

‘dum spero spera’라고 하는 라틴어 속담이 있다. ‘숨을 쉬고 있는 한 희망은 있다’는 말이다. 맞다. 숨을 쉬고 있는 한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가 있다. 비록 생각한 만큼의 수확물을 거두지 못했다고 할지라도 다시 팔을 걷어 부치고 새롭게 도전하면 된다. 길은 언제나 만들어가는 자의 것이다.

이미 만들어진 길도 있겠지만 만들어 가는 길은 얼마나 보람되는지 모른다. 아니, 인생은 평생 길 찾기에 다름이 아니다. 또 가야할 길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물리적인 시간이야 늘 같겠지만 우리가 꿈꾸고 희망하는 시간은 늘 새롭게 마련이다. 뒤를 돌아보고 지나치게 후회하지 말자. 중요한 것은 같은 실수를 줄여 나가는 것이다.

무엇보다 새해에는 내 머릿속에 든 평가의 잣대를 버리고자 한다. 끊임없이 상대방을 측량해 보려는 내 못된 습관을 바꾸고자 다짐한다. 물론 자신은 없지만 한 번 도전은 해보련다. 하긴, 당신이라고 해서 나와 크게 다르진 않을 것이다. 이제 이렇게 한해를 떠나보냄과 동시에 그동안 내가 미워했거나 나도 모르게 상처 준 모든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한다.

한 해 동안 마음 고생하면서 살아온 당신, 정말 고생 많았다. 조금은 늦은감이 있지만 그런 당신에게 위로와 존경의 박수를 보낸다. 어쨌거나 내년에도 길은 계속될 것이고, 우리는 그 길을 묵묵히 인내하며 걸어갈 것이다. 그게 인생이요, 삶이니까.    

한 해를 돌아보니 
눈물도 한숨도 모두 좋은 
길동무였음을 깨닫습니다.
아니, 상처와 이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삶이란 울음과 웃음의 
변주곡에 다름 아니었습니다.
슬퍼서 울었고 
기뻐서 웃었습니다.

내년에도 역시나 이 친구들과 함께 
길동무가 되지 싶습니다.
한 해 동안 나와 함께 
동행해준 이 모든 일들에 대해  
고맙다는 인사를 올립니다.

홍봉기 詩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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