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쉽게 변하지 않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연륜이 쌓이면 쌓일수록 더 그런 경향이 짙다. 살아오는 동안 나름대로 경험과 지식을 통해 자기만의 고정관념을 축적해 왔기 때문이다. 내 모습만 봐도 그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상대방이 변화되기를 무리하게 기대하는 것은 스스로를 괴롭히는 어리석은 짓일 뿐이다.

문제는 이 고정관념을 자기 정체성으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변화를 요구하면 할수록 더 변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변화 되는 순간 자신의 존재감이 모두 무너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고집과 자존심을 과도하게 부리는 것도 마찬가지 원인이다. 아니,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아직 본인이 왜 변화해야 하는지를 인식하지 못하는 한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마치 낯선 사람이 강아지를 보고 쓰다듬어 주려고 다가가지만 강아지 입장에서는 자기를 해치려는 줄 알고 달아나는 것과 같은 이치로 해석해 볼 수 있다. 흔히 공감대를 형성하기가 힘들다고 푸념하는 이유다. 진짜 변화는 상대방이 당장 변화되기를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약간 무심한 듯 대할 때 비로소 시작되는 것 인줄도 모른다. 자고로 신과는 영감대(靈感帶)요, 부부는 성감대(性感帶)요, 사업가는 돈감대(金感帶)요, 사람들과는 공감대(共感帶)가 중요한 법이다. 여기서 공통적으로 들어간 한자가 ‘대(帶)’ 자인 데 일종의 '허리띠'를 말한다. 이 띠를 제대로 잘 두를 때 우리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며칠 남지 않은 한 해, 유종의 美라는 허리띠로 잘 마무리해야 하리라.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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