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일을 하다 보면 뒷북칠 때가 참 많다. 어쩌다 좋은 글감을 생각했는데 막상 쓰려다 보면 이미 누군가 먼저 써먹었던 것을 알곤 실망할 때도 종종 생긴다. 문제는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는 데 있다. 아마 지금도 나만이 하고 있는 기발한 생각을 누군가 하고 있을지 모른다.

선점의 법칙을 그처럼 강조하는 이유다. 그리고 선점에도 순발력이 필요하다. 쓰고 싶은 글이 생각나면 지금 바로 써야 한다. 그렇지 않고 머뭇거리다간 또 다른 사람에게 빼앗기고 말 것이다. 아마 인생 대부분이 그러지 싶다. 그러므로 좋은 생각을 했다면 미루지 말고 바로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 이런 문제는 인생 전반에 걸쳐 있다. 특허를 내는 것도 그렇고 사랑고백도 마찬가지다. 

달랑 한 장남은 달력을 보면서 올 한해를 돌아보니 머뭇거리다가 놓친 것들이 참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지 못해 친구마음을 아프게 했던 일에서 시작해 아이들에게 화를 냈던 일과 가까운 지인들의 마음을 섭섭하게 했던 일 등이 환등기 파노라마처럼 스쳐간다. 물론 앞으로는 그러지 않아야겠다고 반성과 다짐을 해보지만 이런 실수는 매년 되풀이 된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다시 마음을 고쳐먹는다. 좋은 일은 미루지 않고 바로 실천해야겠다고. 

아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나와 비슷한 처지일 것이다. 왜냐하면 대부분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벽에 달랑 한 장 걸려있는 달력을 보고 한숨만 쉬지 말고 남은 한 달이라도 잘 보내자.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런 우리들 마음을 달래주는 적당한 고사성어가 있다는 것. 바로 유종지미(有終之美)가 그렇다. 물론 모든 게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끝마무리를 잘하면 다 좋아 보이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아직 해결하지 못한 마음속의 부채들이 있다면 지금 모두 정리하는 게 좋을 듯싶다. 혹시 외상값이 남아 있다면 지금 바로 갚는 것도 마음을 가볍게 하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일 테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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