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간생활의 가장 기본 조건인 의?식?주에서 아파트는 공동소유재산 형태로 구성되어있고, 공동 거주하는 특수한 형태의 주거공간으로 입주자들의 공동체의식은 필연적 요소이다. 그리고 우리나라 공동주택 거주비율은 이미 50%를 넘어섰고, 수도권 일부 지자체는 이미 80%를 상회하고 있다. 이제 아파트는 우리의 주거공간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장 보편적인 주거형태로 자리 잡은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입주자들의 참여의식과 공동체 의식은 상당히 미흡하며 지자체 또한 아직은 적극적 행정행위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이대로 방치한다면 우리 세대는 공동주택이라는 콘크리트 덩어리만 지어놓고 후손들에게 슬럼화문제 등 뒷처리만 골치 아프게 만든 조상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아파트 마을 문화창달의 시발점인 아파트공동체운동은 우리세대의 필연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건립되기 시작한 70~80년대는 재산 증식 수단으로의 소유개념에 밀려, 거주개념에 따른 유지?관리 측면의 아파트 주거생활문제가 제대로 제기되지 못했던 것도 기정사실이었다. 1988년 서울 상계지역과 목동지역의 대규모 아파트 지구에 고층아파트가 준공되고 입주하면서, 하자문제 등 아파트 주거생활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위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최초로 91년 6월 서울, 노원구의회에서 아파트 하자문제 대책 특별위원회가 구성돼 지자체 차원의 합동점검을 통한 아파트 주거생활에 대한 문제점 적출과 개선방향을 제시했다. 그리고 92년 광주 YMCA에서 아파트 상담과 아파트 시민학교를 개설하는 등 아파트 주거문제가 하나 둘씩 세상 밖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전국 각 지역에서 주민모임 형태의 아파트 공동체 운동을 시도한 흔적은 많이 있었으나, 하자문제 등이 일부 해결되거나, 답보상태에 빠지면 주민조직이 와해되곤 했었다. 그리고 재정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운동을 지속적으로 이어가지 못했다. 그 후 삼풍백화점이 붕괴되고, 아파트 안전 문제가 제기되면서 아파트 주거생활문제가 다시 부각되면서 각 지역 YMCA, 경실련 등 시민단체에서 아파트 시민학교를 다시 개최하기 시작하면서 아파트 공동체는 빠른 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1998년 참여연대 아파트 공동체 연구소가 창립돼, 중앙 언론에 부각되면서 아파트공동체 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 무렵 경실련, 녹색소비자 연대, 녹색연합, YWCA, 여성민우회 등 기존 시민단체에서도 「녹색아파트 만들기」등의 구호와 함께 아파트관련 강좌 등을 개최하기 시작하였다. 99년 3월에는 제2건국위원회에서 지역공동체운동의 일환으로 자원봉사자운동인 V-타운 21운동과 함께 아파트 공동체운동이 선정되기도 하였다. 그 동안 많은 아파트 단지에서 분쟁과 갈등 그리고 집단민원과 안전사고 등이 발생했다. 극히 일부 단지는 모범적으로 해결된 사례도 있었으나, 그나마 지속적으로 계승되지 못하고 단절되어, 다시 과거로 회귀하는 악순환이 반복 됐다. 

 

제도적 측면에서 지방자치가 부활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아직까지도 공동주택 관리 조례하나 없는 껍데기 지방자치를 하고 있다는 것은 가장 큰 문제다. 특히 공동주택의 특성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공동주택 관리에 대한 이념과 철학도 정립되어있지 않은 실정이다. 따라서 공동주택관리제도가 단독 주택사고방식에 따라 좌충우돌하고 있다. 또한 행정적 측면에서 공동주택관리에 관한 지도?감독권을 가진 지자체의 소극적 행정행위 역시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아파트 단지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을망정 하자문제, 관리비 배부 문제, 관리부정비리문제, 기타 주거 생활문제 등으로 입주자들의 분쟁과 갈등이 반복되고 있지만 지자체에서는 사유재산이라는 이유와 자율적 해결이라는 미명하에 방치되고 있다. 이는 공동주택 입주자의 참여의식과 공동체의식 부족이 가장 근본적 원인으로 파악되고 있다. 물론 공동주택을 재산증식 수단으로만 생각하도록 한 우리의 사회?경제적 구조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입주자대표회의와 관리사무소의 업무구분과 책임한계가 불명확한 점 그리고 관리업자제도의 왜곡도 한 원인이 되고 있다.

 

입주자 대표회의의 의결기능과 감사기능이 초보적 수준이며, 효율적 회의방법이나 공개주의원칙 등에 있어서 기초적인 민주적 절차조차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은 점 또한 불신과 의혹을 증폭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문제점들을 하루아침에 개선시킬 수는 없다. 그렇다고 제도 탓만 하고 마냥 기다리고 있을 수도 없다. 이제는 선한 의지를 가진 깨어있는 입주자와 시민이 직접 나서야 건강하고 투명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

 

광양시 아파트 협의회 설립에 앞장서고 있는 허형채씨는 "아파트 공동체 운동의 거시적 측면의 과제로는 주택의 이념과 철학에 입각한 주택기본법을 제정해야 하며 특히 공동주택관리에 대한 여러 법령을 공동주택관리법으로 일원화해, 주택의 유지?관리문제를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지자체에서 공동주택 관리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위임조항을 신설해야 하는 것은 물론, 원가절감 측면의 건축철학에서 안전과 효율적 유지?관리 측면의 건축 철학에 입각한 건축 관계 법령의 대폭 손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놀이방, 승강기, 어린이 놀이시설, 물탱크 등의 재질과 안전기준 그리고 운용 방안 등이 개선되도록 적극적으로 실천운동을 전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단지는 작은 지자체와 유사하다. 관리사무소는 집행기관과 같고 동대표회의는 지방의회의 역할과 같다. 아파트 주거생활에서 자주 발생하는 분쟁, 갈등, 집단 민원들은 조그만 지방자치 단체에서 발생되는 문제들과 대동소이하다. 그러므로 지자체의 적극적 행정행위를 유도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이유다. 예를 들면, 공동주택에 대한 각종 정보제공업무, 입주민과 동대표에 대한 교육의 정례화, 각종 주거생활문제에 대한 상담과 분쟁 조정자 역할 강화 등이 그렇다. 미시적 측면의 과제로는 입주자의 참여의식과 공동체의식 제고를 위한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이유다. 또한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동기부여를 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것도 공동체를 살리는데 큰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승강기 고장일지 비치관리, 물탱크 청소확인, 지하실 견학 정례화, 어린이 놀이터 모래갈이, 잡초 뽑기, 교양강좌, 주부부업강좌, 취미 모임 후원, 도서관, 공부방, 놀이방운영, 어린이 여름캠프, 환경교실, 각종 전시회 개최 등 각 단지의 실정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실천한다면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파트 단지 내 조직들 간의 화합과 합의 문화 토양을 만드는 문제라고 진단하고 있다. 이는 민주시민의식 제고와 민주적 토론문화 형성 그리고 합리주의적 사고방식을 함양하여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광영 가야아파트 입주자대표를 맡고 있는 조계출씨는 "우리문화의 특성인 유교적 정(情)의 문화와 봉건적 관료주의 전통 등 우리문화의 전근대적 잠재요소 또한 큰 걸림돌이며, 급격히 이루어진 경제성장으로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로 인한 이웃에 대한 무관심이 아파트 공동체문화형성의 결정적 어려움으로 작용하기도 했지만 반면에 우리문화에는 신바람 문화라는 폭발적 잠재력을 지닌 장점이 있기 때문에 확실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대안을 모색하고 최선을 다하여 실천한다면 입주자대표, 관리사무소 직원, 자치부녀 등과의 갈등과 분쟁은 종식 될 것이고, 살기 좋은 아파트 마을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적정수준의 공동주택 공급 필요하다고 본다는 노상철 광양시 건축허가과장은 “7개 지구 4,420천㎡, 26,258세대, 76,349명을 수용할 수 있는 택지개발을 추진 중에 있고, 2016년과 2017년 준공 목표로 공동주택 5개단지 2,114세대도 현재 시공 중” 이라며“우리 시 주택 보급률이 2015년 9월 현재 113.31%로 이미 13%를 초과하였지만 30만 도시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아파트 공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우리시는 도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신규아파트의 지속적인 공급이 필요하며 기존 주택의 주거환경 개선을 통한 주거의 질을 높이고 노후불량주택의 주택 감실에 따른 재건축 등 대체수요 공급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우리시 주택을 유형별로 보면 단독주택 22,383세대(34%), 공동주택 42,926세대(65%)이다. 2010년부터 주택 증가율을 살펴보면 2010년부터 매년 감소하고 있지만, 연평균 증가율은 4.3%, 2,642세대를 유지하고 있다.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연평균 4.25%(1,672세대) 증가율을 보이고 있다. 2030 광양시 도시기본계획안 측면에서 보면, 2030년 우리 시 인구를 30만명으로 전망했다. 2030년까지 인구 및 택지공급에 의한 주택공급을 추론해 본 결과 주택공급은 매년 3,300세대 이상의 신규주택 공급이 필요하며 광양읍권은 18,250세대, 중마권은 31,050세대의 주택공급이 필요하다는 계산이다. 

 

우리나라 아파트는 대단위 공동소유 사유지 형태의 고층아파트로 구성되어 있는 특징이 있다. 이는 앞서 지적한 대로 아파트 공동체문화 형성의 결정적 어려움이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특성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어려움과 가능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아파트 입주자들이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개성 있고 독창적인 모범단지를 형성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여기에서 지역시민운동 단체와 종교지도자들에게 바라는 것은 종교가관이나 시민단체에서 봉사하는 시민활동가와 종교인들이 자신의 삶의 터전에서 봉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지금의 이기적이고 폐쇄적인 아파트 문화를 열려있는 문화로 바꿔 가기 위해서는 그 주체인 사람의 노력이 우선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깨어있는 삶을 사는 이들의 실천이 요구되는데, 욕심 없이 사명감을 갖고 봉사하는 시민활동가와 종교인들은 그 힘의 바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아파트 입주자대표와 주민모임의 주체는 주부들이 앞장서야한다. 고학력 유휴 주부인력의 활용차원 뿐 아니라, 정치사회 능력 고양과 여성 능력 계발 차원에서도 지대한 기여를 하리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운동이 우리문화의 특성인 신바람 문화와 결합될 때는 아파트공동체 운동이야말로 민주시민의식 함양에도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아파트 공동체 운동은 새롭고 종합적인 시민운동으로 확고한 자리 매김을 할 것이다.

 

이기연 광양시의원은 “이제 집은 사는 것(buying)이 아니라 사는 곳(living)으로 인식할 때 우리는 보다 더 좋은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다”며 “지속가능한 운영과 아파트 공동체 거점공간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