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침묵이 금이라는 속담이 있다. 그러나 모든 속담과 어휘가 그렇겠지만, 상황에 따라 그 의미는 천차만별로 해석되는 법이다. 정의를 외쳐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금이 아니라 비겁이며 돌멩이만큼의 가치도 없다. 법정스님은 침묵의 채로 거르지 않는 말은 소음이라고 했는데, 이 문장 역시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변할 수 있다.
그러나 소시민으로 살아가는 다수의 사람들은 그렇게 입을 닫고 살 수도 없으며 또 그렇게 되지도 않는다. 아프면 아프다고 해야 하고 부족하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게 훨씬 정직하다. 우리는 도인들이 아니다. 그러므로 산속에서 도를 닦는 사람처럼 면벽이나 하면서 세월을 보낼 순 없다. 시시콜콜한 사건에 휘말려 몸과 마음이 상처투성이가 될 때도 있다.
모 스님처럼 즉문즉설로 해결할 수 없는 난제가 너무 많은 게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물론 성직자들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성직자들의 권면을 너무 마음에 두지 말자는 얘기다. 사실 그렇게 말하는 당사자들도 본인들이 말하는 대로 살지 못한다. 소주한잔 하면서 수다를 떠는 것도 경전 못지않은 의미가 있다. 굳이 멋진 철학을 들먹여야 인생의 가치가 빛나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그냥 생긴 대로 사는 것, 그게 자기답게 사는 길인지 모른다. 참새가 앵무새 흉내를 낸들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때론 이놈저놈 해가면서 멱살을 잡기도 하지만, 그게 인생이다.
세상은 다 자기 방식대로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생의 교과서는 없다고 봐야 한다. 길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물어보라. 어디 상처와 열등의식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 하나라도 있는지. 그러니 너무 완벽한 것을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 아니, 그러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의 관심과 위로가 필요한 법이다. 관심과 위로라고 해서 거창하게 생각할 것 없다. 그냥 안부전화 한통만으로도 충분할 때도 있다. 단풍이 점점 짙어가는 계절, 이제 당신만의 색깔로 곱게 물들어갈 시간이다.
홍봉기 기자 lovein2986@hanmail.net
<저작권자 © 광양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